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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Aug 01. 2024

좌절과 불만족의 과정을 겪고 완성된 작품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좌절과 불만족의 과정을 겪고 완성된 작품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오늘도 늦지 않고 잘 왔네요. 이번 한 주는 어땠나요?


내담자: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해파리한테 물렸어요.


나: 오! 좋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네요. 가족과 같이 갔나요?


내담자: 네. 같이 갔어요. 하와이만큼 여기도 덥네요.


나: 그러게요. 요즘은 정말 많이 더운 것 같아요. 그런데, 해파리한테 어떻게 물렸나요? 바닷가 안에서 놀다가 물린 건가요?


내담자: 아니요. 저는 바다를 등지고 모래 위에 앉아 있었는데, 해파리가 파도를 타고 와서 제가 있는 곳으로 왔어요. 그리고 저를 물었어요.


나: 이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모래에서 해파리에게 쏘이다니, 정말 별 일이 다 있네요.


내담자: 여기 자국도 있어요. 허벅지 쪽인데, 그래도 독이 없는 해파리여서 다행이었어요.


나: 정말 다행이네요. 하와이까지 가서 독이 있는 해파리한테 물렸으면, 계속 열나고 아프기만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뻔했네요.


내담자: 맞아요. 그래서 진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해파리한테 쏘이고 아프다고 엄마랑 아빠를 막 크게 부르고 그랬거든요? 그게 진짜 쪽팔려요.


나: 오, 쪽팔리다는 감정은 부끄럽다와 가까운 감정일까요?


내담자: 아니요. 그것보다 소리를 치는 제 자신이 불만족스러워요.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소리를 치면서 예민하게 굴었는지 모르겠어요.


나: 예민함에 가깝군요. 제 생각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냐하면 그냥 가시가 박힌 것이 아니라, 해파리한테 물린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경험은 어느 누구나 하게 되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담자: 그래도.. 소리를 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울먹거림) 제 자신이 좀 짜증 나고 싫고 이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큰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나: 해파리한테 물렸다는 사실보다는, 그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네요. 내담자 자신이 좀 싫고 짜증 나고 자존감도 좀 낮아진 것 같은데, 맞나요?


내담자: 네. 그래서 제 자신이 더 싫어지는 것 같아요.


나: 그렇군요. 음. 일단 속마음을 이야기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제가 보기에, 내담자 스스로에게 엄격한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려다가 말고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비슷하게 느껴져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잘 못 그린 그림을 두고 옆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담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내담자: 네. 맞아요. 저는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하면 다른 새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해요. 망친 그림이 옆에 있는 게 싫거든요.


나: 네. 그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내담자가 망쳤다고 생각되는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답니다.


내담자: 왜요?


나: 정말 실수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것을 할 때 좌절을 경험하죠. 그림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말이죠. 그런데,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마치 로봇이나 AI 같은 느낌이죠.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내담자: 그럴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좌절을 경험하는 게 좋은 느낌은 아니지 않나요?


나: 네. 물론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있죠. 하지만 실패 또는 오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통해 수용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충분히 고통스럽겠지만, 충분히 좋은 과거였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해파리 사건도 같은 부분으로 생각이 되네요.


내담자: 그러니까, 해파리한테 물려서 소리를 치는 나 자신이 싫지만, 그게 괜찮았다고 말하시는 거죠?


나: 네. 괜찮아요. 소리쳐도.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리치면 달려와주는 부모님이 계셨잖아요. 그만하면 충분히 좋은 부모님이라고 생각되네요.


내담자: 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처음이에요.


나: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될 때가 있답니다. 자, 이제 그림을 다시 그려볼까요? 


내담자: 네. 하와이에서 먹었던 음료수를 그려볼래요. 내가 망친 그림 옆에 그릴 거예요. 그래도 괜찮으니까.



사람이라면,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실수를 한다.


실패도 경험하고, 인생에서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살아가기 때문에 계속 생길 수 있다.


사람은 신생아 때부터 실수를 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우유를 먹다고 흘리고, 토하고, 뒤집기를 하다가 팔이 자기 몸에 깔리기도 하고, 앉아있다가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걷다가 넘어지고, 뛰다가 다치기도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그리고 실패를 겪은 후에 성공을 하는 경험은 큰 성취감을 준다.


뿌듯함과 자신감이 향상되고, 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는 자기 자신에게 위로를 하기도 한다.


실수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있다.


실수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주변의 시선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담사라면 내담자의 실수를 바라보며, 실수라는 과정을 겪은 후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수는 과정이다.


좌절은 과정이다.


이 과정들을 겪고 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고, 그에 준하는 보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의 작품이, 내담자의 경험이 수용될 수 있도록,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옆에 앉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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