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부모가 만든 양육환경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내담자: 선생님! 부모님이 저한테 용돈을 주시기로 했어요!
나: 오, 좋은 소식이네요~ 축하해요!
내담자: 네! 이제 꼬박꼬박 돈을 잘 모아서 아이패드를 꼭 살 거예요. 절대로 다른 곳에 돈을 쓰지 않을 거예요!
나: 좋아요. 꼭 돈을 잘 모아서 아이패드를 살 수 있길 응원할게요.
내담자: 응원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 어떻게 이야기를 했길래 1주일 만에 허락을 해주셨나요?
내담자: 아~ 제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걸었거든요.
나: 그게 뭘까요?
내담자: 성적을 올리겠다고 했어요. 지금 제 성적이 대충 60~70점 정도거든요. 모든 과목이요. 그런데 이 점수를 80점으로 올리기로 했어요.
나: 우와. 엄청난 조건이네요! 이제 곧 시험을 보니까, 충분히 부모님이 설득될 수 있었군요.
내담자: 네! 그래서 이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요. 솔직히 저도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었거든요. 이제부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올리고, 용돈도 받고, 아이패드도 사는 거죠!
나: 아주 좋은 계획이에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면, 원하는 부분들이 해결되네요.
내담자: 제가 성적 80점으로 올라가는 걸 보여드릴게요 선생님. 기대하세요!
나: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용돈은 얼마나 받기로 했어요?
내담자: 4만 원이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저번에 선생님하고 이야기했던 부분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한테 이야기했더니 용돈 주신다고 했어요. 진짜 대박이에요!
나: 기억하고 있었던 것도 대단한데, 부모님한테 바로 이야기했다는 게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이야기하느라 수고했어요.
내담자: 아니에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부모님한테 이렇게 이야기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나: 그렇군요. 부모님 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한 게 오랜만이군요.
내담자: 네. 계속 싸우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되게 좋았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선생님 말고도 또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나: 오, 벌써 그걸 알아차리다니..! 이제 슬슬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했네요. 우리가 만난 지 4개월 정도 되었나요?
내담자: 그럴 거예요. 선생님하고 있어서 좋아요.
나: 나도 내담자와 있는 게 좋아요. 물론 사귀지는 않겠지만요 ^^
내담자: 아 선생님!!!! 너무해요!!!!! 그런 걸로 놀리기 있어요!? 진짜.. 이제 보니까 장난꾸러기 선생님이네요.
나: 그런가요? 그럼 장난꾸러기 선생님 하죠 뭐.
내담자: 으..!! 얄미워..!! 선생님 정말 치사해요.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이제 그림 그릴래요!
나: 오 그래요. 그림 그려봅시다. 무슨 그림 그려볼까요?
내담자: 그냥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그려볼래요.
나: 좋아요. 다 그리면 이야기해 주세요.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은 발달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자녀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 있게 보았다.
부모가 만든 양육환경이 자녀가 현실을 마주한 후 주관이 발달하는 것을 보는 첫 번째 사회이다.
특히 자녀의 발달이 제일 기초는 부모가 만든 양육환경인데, 자녀가 스스로 독립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엄마는 자녀에게 외부의 현실을 경험하게 해 주면서 자녀의 욕구에 대한 기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내담자의 경우에는 어떨까?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고, 실천을 했고, 자신의 욕구에 대한 기대를 충족했다.
내담자와 나의 관계는 특별하다.
때로는 친구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선생님이 되어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혹은 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경우는 애착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이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했어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에게 애착을 하고, 부모와 사랑에 빠지고, 부모와 친구도 했다가, 말을 잘 듣지 않아서 혼나기도 하고, 화해도 해보고, 부모와 같이 목욕을 하며 목욕하는 방법을 배우고, 양치질도 해보고, 옷도 입어보는 등 인생의 첫 순간은 대부분 부모와 함께 하기 마련이다.
분명 내담자도 모든 과정을 부모와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럼, 지금 내담자의 모습은 왜 그런 것일까?
하나 확실한 것은, '사춘기'라는 단어로 모든 문제가 덮어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담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내담자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