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말 한마디의 중요성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어떻게 지냈어요? 용돈은 받았나요?
내담자: 네! 용돈 처음으로 받았고, 받자마자 통장에 돈 옮겨놨어요.
나: 아주 잘했네요! 첫걸음이 좋아요. 앞으로도 잘 모으길 바랄게요.
내담자: 네!
나: 이렇게 끝내면 될까요?
내담자: 아 이건 좀 아니죠 선생님~ 저는 오늘 할 이야기가 있단 말이에요.
나: 오 무슨 이야기인가요?
내담자: 선생님이 저번에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어봤잖아요. 그날 이후로 계속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었어요.
나: 좋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됩니다.
내담자: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이야기 먼저 들으실래요? 1번 아니면 2번?
나: 1번부터 듣기 시작할까요? 하지만 오늘 안에 1번과 2번을 다 듣지 못할 수도 있을까요?
내담자: 그럴걸요. 아마 2번은 나중에 듣게 되실 거예요.
나: 그래요. 1번이 무슨 이야기일까요?
내담자: 제가 성적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 농어촌전형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거 있죠? 그래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다 보니까 기대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좀 더 할 계획이에요. 이런 이야기도 괜찮죠?
나: 그럼요. 어떤 이야기라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돼요. 농어촌전형으로 지원을 할 수 있군요? 이건 꽤나 혜택이 클 텐데요.
내담자: 맞아요. 최소 등급만 맞추면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덕분에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굉장히 좋네요! 부모님께도 이야기를 했나요?
내담자: 네. 부모님도 열심히 공부해 보라고 하셨어요.
나: 공부에 대한 목표가 하나 더 생겼네요. 이번에는 대학이 걸렸어요.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요.
내담자: 네. 진짜 공부.. 너무 하기 싫은데, 그래도 해봐야겠죠.
나: 혹시 특정 과목이 어려워서 공부를 하기 싫어할까요? 아니면 공부 자체가 싫을까요?
내담자: 둘 다요. 음, 과목은 다 어려운데, 영어랑 수학이 제일 성적이 낮아요. 성적이 낮은 걸 아는데, 그래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이 사실 때문에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에요.
나: 공부가 부담으로 다가오는군요. 그래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나요? 아니면 부담돼서 공부를 하지 않게 되나요?
내담자: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부해도 성적이 낮은데요 뭐. 안 하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 그렇군요. 이미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네요. 자 그럼, 잠깐 주제를 바꿔서, 어느 대학을 가고 싶나요?
내담자: 최소등급만 잘 맞추면 되는데, 대부분 조금만 더 공부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아, 원하는 대학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성적 맞추는 부분은 비슷하다는 것이네요.
내담자: 네. 서울대 같이 우리나라에서 1,2등 하는, 상위권 대학만 아니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아요.
나: 그 등급이 몇 등급 정도 되나요? 물론 수시도 있고 정시도 있겠죠.
내담자: 대체로 4등급 정도인 것 같아요.
나: 지금은 몇 등급이죠?
내담자: 5~8등급이요. 저 공부 많이 못하죠..
나: 괜찮아요. 공부 못한다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금은 4등급을 만들 생각을 해볼까요?
내담자: 솔직히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못해도 조금만 하면 4등급은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부담되더라도 공부를 할 생각이에요.
나: 좋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목표가 있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직접적으로 공부를 시키거나 하진 못하겠지만, 이렇게 목표를 구체적으로 말해보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나를 부려먹어요.
내담자: 네 좋아요. 앞으로도 선생님을 부려먹을게요 ^^
나: 뭔가 이상했는데요. 느낌이 살짝 왔는데? 장난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내담자: 정답! 그림 그릴 거예요. 그림!! 빨리 종이 주세요.
나: 네 알겠어요.
내담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즐겁다.
서두만 잘 던져주면 알아서 길을 찾아가고,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상담사로서 있지만, 꼭 심리상담만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이끌어주는 것 또한 상담이다.
4등급, 솔직히 누군가에게는 정말 쉬울 수 있다.
쉬운 객관식들, 주관식들만 다 맞아도 4등급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담자의 기준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내가 5~8등급을 맞는 사람이었다면, 4등급은 높아 보였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담자는 4등급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자기가 공부를 못한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말 한마디로 천리를 갈 수 있는 것이다.
내 말을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하려는 내담자의 모습은 기특할 수밖에 없다.
2번째 이야기는 뭘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