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내 마음을 훔친 도둑이다
글 쓰기 전에 사진 한 장.
담배 끊은 지 14~15일 차. 2024.10.08
이번에는 알로에 1.5L다.
이걸로 입 안의 공허를 채우며 글을 쓴다.
진짜 도둑은 마음을 훔친다
도둑맞은 마음은 도둑만을 따른다
도둑은 다른 마음들도 훔친다
도둑을 따르는 마음들이 많아진다
진짜 담배는 내 마음을 훔쳤다
내 마음은 담배만을 따른다
담배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훔친다
점점 담배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진짜 이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건 괴롭다
담배와 이별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하지만 담배는 나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담배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담배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고 중독시킨다
나는 내 마음을 훔친 담배와 이별을 다짐했다
지금은 내 마음을 훔쳐갔고 중독시켰지만
나의 육체와 정신도 앗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있을 때, 일을 할 때 그 외의 모든 순간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와이프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왜 그렇게 계속 움직여?"라고 묻는다.
나는 "그냥, 뭔가 해볼까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더욱 괴롭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시간이 좋다.
그래서 계속 움직인다.
담배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움직일 것이다.
담배 끊은 지 16~17일 차. 2024.10.10
꿈에서 담배를 샀다
보헴 시가 슬림핏 브라운 1mg
담배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다
정말 마음 편히 담배를 샀다
너무 피고 싶었다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순간
꿈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일부로 눈을 뜨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20개비를 다 피웠다
20개비와 숨 쉬는 순간을 전부 함께했다
내 몸에 공기가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담배는 여전히 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참고 있는 것이다.
계속, 앞으로도 계속 참을 것이다.
하지만 일명 '길빵'을 하는 사람에게서 뿜어지는 담배연기를 보면 아련한 느낌이 든다.
동시에 역하다는 생각도 든다.
몸이 반응한다.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담배연기에 황홀해진다.
내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 심장이 느리게 뛰고, 나른해지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담배를 피우면 나른해지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빨리 뛰고 각성되기 마련이다.
이유는, 담배는 중추신경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뇌파치료사로서 자율신경계와 중추신경계에 대한 부분을 수없이 공부했기 때문에 잘 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지금 내 몸상태가 담배를 원하지 않을 때..!
그때 중추신경계 활성제에 대해 제대로 다뤄주리라.
지금은 담배가 앗아간 내 마음을 되찾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담배 끊은 지 18일 차. 2024.10.11
오랜만에 악마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매일 밤 꿈속에서 누군가가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누군가는 늘 바뀐다.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 중년의 남자 또는 여자, 젊은 신혼부부, 이제 막 성인이 된 고등학생 그리고 초등학생까지.
미친다 진짜.
그만큼 금연하는 게 힘든 것이다.
담배의 대리인 악마는 늘 내 곁에 있다.
언제든지 담배를 피우게 될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악마는 내게 직접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계속 거절하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꿈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걸 보면서 나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 생각이 났다.
내 머릿속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유혹을 뿌리칠 것이다.
대신, 와이프와의 달콤한 키스보다 더 강렬한 것이 필요하다.
와이프와의 달콤한 키스는 한정적이다.
매일 담배를 피우고 싶은 나에게는 와이프의 입술이 매일, 매 시간 허락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 와이프의 입술을 담배의 대용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와이프가 먼저인데, 담배를 피웠던 순간에는 담배가 무의식 중에 깔려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담배라는 것도 깊이 느끼고 생각을 더하면 뭔가 깨닫는 게 있다.
금연을 통해 뭔가 깨닫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신기하다.
정말 신기하다.
이제는 담배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뭔가를 찾을 시기인 것 같다.
글로 쓰면서 담배 생각을 줄일 수 있고, 키스를 하면 담배를 잊을 수 있다.
이제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뭔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겠다.
담배 끊은 지 19~20일 차. 2024.10.13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약 8년 정도만에 만났다.
우리는 맛있는 소고기와 함께 주류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총각일 때 둘이 만났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만났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서로 이야기했다.
행복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각자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담배 생각이 났다.
...
난 담배를...
참았다...!!!
진심으로 한 개비만 담배를 파는 곳이 있었다면 사서 피웠을 것 같다.
그만큼 담배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솔직히 안 참아도 되는데, 참는 이유가 뭘까?
아직 담배보다 강력한 뭔가는 찾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담배를 참은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다.
항상 담배를 참으면서 이렇게 돈을 보낼 때가 제일 뿌듯하다.
그래서 담배를 의식적으로 참을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담배에 대한 생각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담배보다 좋은 걸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