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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Nov 04. 2024

흡연자에게 한 마디 했다

당신 입에서 나오는 연기가 내 입으로 들어오게 하지 마

글 쓰기 전에 사진 한 장.

담배 끊은 지 40일 차. 2024.11.03


내가 흡연자에게 말했다

조금 옆에 가서 피워달라고

담배 연기가 나한테 온다고


흡연자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냐고

내 돈으로 산 담배 내가 피우는 게 잘못이냐고


나는 다시 흡연자에게 말했다

담배 피우지 말라는 게 아니라고

사장님 입에서 나온 담배 연기가 내 몸 안에 들어오는 게 싫은 거라고


그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흡연자가 길에서 담배를 피우면 담배연기가 당연히 나온다고

담배연기를 어떻게 막냐고


그건 흡연자가 알아서 해야죠

흡연자가 흡연한다고 말할 수 있죠

반대로 누군가 길을 걷다가 담배연기가 싫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죠


흡연자는 담배연기를 마시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담배연기를 마실 생각이 없어요

그런데 내 의도는 전혀 없이 간접흡연을 하는 것이죠


게다가 사장님의 입에서 나오는 연기가 

몸으로 들어온다는 건 정말 역겹고 싫거든요

나도 최대한 사장님의 담배연기를 안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담배연기가 싫다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돌아서 갈 수는 없죠

사장님은 이 길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나는 그냥 길을 가는 겁니다

제가 언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던가요


배 째라는 식의 말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발자국 옆으로 가서 담배를 피워달라고 부탁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어려운 부탁인가요?


흡연자는 이제야 제대로 대답한다

아 예. 미안합니다.



내 와이프와 딸 그리고 강아지까지.


위의 글은 우리 가족이 함께 길을 가다가 생긴 일이다.


나는 흡연자였으니까 괜찮았다.


타인의 담배냄새는 익숙했다.


담배 특유의 향은 생각만으로도 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환후가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지만 내 가족들은 아니다.


와이프는 담배 냄새를 어마어마하게 싫어한다.


나는 내 가족 중에 제일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내 딸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독하고 역한 그 담배연기가 내 딸에게 가는 건 절대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흡연자분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내가 내 딸을 과보호하는 것일까?


그냥 내 딸에게 "이 냄새가 담배냄새야. 살아가면서 많이 맡아볼 거니까 그냥 빨리 지나가자. 아빠랑 달리기 시합할까?"등과 같이 말하면서 그냥 넘어갔어야 했을까?


내가 너무 나를 과시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앞에서 만 2세인 내 딸이 타인의 담배냄새를 맡게 하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내 와이프는 나한테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몸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대한 잘 이야기하겠다고 안심시켰다.


나도 내 딸이 보는 앞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케이지가 아닌 길거리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물론 싸움을 하지 않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선을 잘 지켰다.


이야기를 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내 딸 통장에 담배값을 입금했다.




휴.


이걸로 나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금연 중인 사람에게 담배연기와 담배 특유의 냄새는 나의 옛 기억을 상기시키곤 한다.


마치 술병만 봐도 바로 술을 먹어야만 하는 알코올중독자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금연의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갑자기 담배가 생각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유혹들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잘 견디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잘 참고 있다.


담배와의 이별을 잘하고 있다.


이 길의 끝이 재흡연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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