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들이 조금 여성적이에요

육아일기

by 오늘


어린이집 1학기 학부모 상담 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척 보기엔 에너지가 넘쳐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주 감정이 풍부하고 섬세한 아이라고.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여성적인 면이 많다고.

아마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아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칭찬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자동차를 제일 좋아하고

집에 중장비만 몇십 대가 있는, 일견 전형적인 남자 아이처럼 보이는 아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남성성이나 여성성과는 관련이 없다. 인형이 여성적이고 자동차가 남성적이라면 자동차를 탄 인형은 중성적인 것인가?

우리 아이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다들 남자아이라서 그렇다고 말을 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


지금은 아니다.


우리 아이는 그저 로봇과 자동차를 좋아하는

섬세하고 감각이 예민한 그리고 따뜻한 아이다.


등원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가서

위로의 춤을 춰주고, 키가 작아 꽃을 못 따는 여자아이에게

꽃을 건네곤 쑥스러워 무심히 돌아서는 아이다.

(그 여자애는 그 일로 우리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다른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있다고..

어린이집의 치명적인 사랑이다.)

집에서와는 정반대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친구들을 말리고

(집에서는 위험한 짓만 골라한다. 식탁에서 뛰어내리고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간다고 말하니 선생님께선 진심으로 놀라셨다.)

예쁘다 라는 말을 선생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자주 한다고 했다.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밥도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고

집에서는 사지결박하고 먹여야 하는 약도 혼자서 잘 먹는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꽤 열심히 사회생활 중인가 보다.


우리 아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주 많이 한다.

내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준 것을

돌이 지나고부터는 돌려받기 시작했다.

엄마, 사랑해.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 예뻐.

엄마는 내 고물(보물)이야......

아이와 있으면 꼭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는 나를 막 대할 때가 많지만, 그보다는 소중히 여겨줄 때가 훨씬 많다.


우리 아이는 안기는 것을 좋아한다.

갓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찰싹 달라붙어 안기는 아이라

그립감(?)이 참 좋아서

내 목덜미에 볼을 얹고 잠이 들 때면

전쟁 같은 육아에서도 잠시 평화를 느끼곤 했다.


안기길 좋아하던 아이는 이제 안아주는 것도 좋아한다.

엄마가 다치면 웃지 않고 무슨 일이야? 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나는 육아책을 아주 많이 읽었고

육아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어떤 책에서도 우리 아이와 똑같은 아이는 없었다.

이게 맞나 싶으면 이게 어긋나고 이렇게 해볼까 하면 저리로 튀어버리는 매일매일이었다.


나는 육아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방법론으로 깨우치기보단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 정도로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관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웃으며 바라봐주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육아법이었다.

큰 사랑 주머니를 가지고 태어나서 받아야 하는 사랑도, 나눠줄 사랑도 많은 아이였다.


우리 아이는 따뜻한 아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비빌 구석이 되어주고 싶다.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 엉엉 울어도 되는 비빌 구석.

그렇게 아이보다 내가 더 단단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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