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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09. 2021

글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어제 쓴 글

웹소설 작가 면접을 보았다.

계기가 있었지만 너무나 사적인 얘기라 넘겨두고

사실 웹툰은 읽지만 웹소설은 몇 편 읽은 게 없다.

그런데 무슨 패기?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 그렇지 뭐.


분위기는 편안했다.

면접이 길었고 운전이 미숙한 데다

최근에 작은 접촉사고가 두 번이나 났는데

어제는 비까지 와서 초긴장 상태로 운전을 했다.

커다란 빌딩에서 사원증을 걸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압도감을 느꼈다.

소속이라는 건 역시 압도적이군.


짧은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숙지했지만

사실 준비한 내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이미 절반 정도는 작가 예우를 해줘서 감사했다.

작화를 하고 채색을 하는 웹툰 작가들의 모습이

매우 신기했으며 좀 더 관찰하고 싶었는데

신분이 그래서 힐끔힐끔 훔쳐보기만.


아이러니했던 점은

굵직굵직한 공모전 이력 때문에

임원 면접까지 보게 되었는데

질문의 대부분이 이제 와서 웹소설계로

인더스트리를 옮기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요리조리 옮겨 다니는 박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말주변을 동원했지만,

그거야 돈을 벌고 싶어서죠.


계속 혼자 글을 써왔으니

집단 창작이 어렵지 않겠느냐,

문단에서 제법 큰 상을 받았는데

왜 웹소설을 쓰려고 하느냐.


그런데 웹소설이 불법도 범법도 아니고

어차피 글일 뿐인 건데 뭐라고 해야 하나.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 같은 게 있는 건가.


 나는 글만 쓰면 되거든요. 그게 소설이든 동화든 시나리오든 드라마든 웹소설이든 상관없고 처음엔 언제나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자 못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면접관 때문에 난감했다.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도요, 우리 학교 졸업하고 시 쓰는 친구들 시 세 편에 오만 원씩 받아요. 소설은 단 편 하나에 10만 원이라던가 8만 원이라던가. 요즘엔 좀 올랐으려나? 그게 내가 공모전 킬러가 된 이유죠. 그래서 좀 안정적으로 벌어보고 싶다는데 문단이니 뭐니 씹어 먹지도 못하는 트로피가 대순 가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문단보다는 웹소설계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이고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만 했다.


  문단에서는 아직 부족한 타이틀인데 또 웹소설 쪽에서는 고스펙 대우를 받으니 나는 대체 어디쯤에 속해야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다지 신념은 없고 그저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습니다. 그리고 웹소설을 쓰면 신춘문예나 공모전 투고를 하면 안 되는 건가요? 동기들도 웹소설이라면 뭐 90년대 선데이 서울이라도 되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던데. 여기랑 저기 사이에 무너지지 않은 베를린 장벽이라도 있나요? 묻고 싶었지만 전혀 원하지 않을 질문임을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신나게 팀플 잘하는 대학생 인양 입을 털고 왔다. 그래도 반은 진짜다. 대학교 때 연기과 사진과 영화과 학우들 팀플 버스 많이 태워줬다. 말 안 되는 걸 말 되게 하는 일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게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요즘 바쁘게 산다. 개인사적인 사건이 겹쳐서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닥치면 다 되겠지.


내 면접이 끝나니 바로 면접자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도 또 면접이다.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의 카피라이팅 및 스토리텔링 업무.

세상엔 참 많은 일들이 있군.


일을 구하니 구해지는 게 신기하다.

그저 놀고먹기만 했던 건 아니라는 증명 같아서

한 편으로는 뿌듯하다.


잠이 오지 않아서 레몬 3개를 통으로 짜넣은

레몬 소주를 한 컵 마셨다. 몽롱하게 글쓰기.

이렇게 늦게 자면 안 되는데. 망했다.


아이가 BTS 노래 중에 '아이돌' 가장 좋아한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겠지만 랩을 따라 한다.

노래방 마이크를 하나 샀는데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부르니

중간쯤부터는 후렴을 흥얼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이가 좋아하면 참 즐겁다.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자동차를 나도 좋아할 수 있다면 참 이상적일 텐데, 하루 종일 로봇과 자동차 놀이를 하는 것은 거의 고통에 가깝다.


주제를 가지고 써 내려가기엔 의지력이 부족하군.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는 참 좋다.


한 번 읽어보시라.

노래도 좋다.

첫소절에 가슴이 탁 무너져내린다.



가진  꿈밖에 없었네
 뜨면 뿌연 아침뿐
밤새 춤을 추며 노래해
 끝이 없던 악보들
 
-

내게 돌을 던져
우린 겁이 없어

-

또 겨울이 와도
누가 날 막아도 걸어가

BTS <We are bulletproof>



영어도 좋은데 한글이 더 좋아서 한글 가사만.

한낮에 올리는 한밤중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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