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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Sep 05. 2022

읊조림


 지난 아홉  내내 글을 쓰는 일로 시간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글을 쓰는 법을 잊은  같은 생각이 든다.  머리는 굳고 어휘는 제멋대로 뒤엉켜 섞여버렸다.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영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어버린  아닌가 두려워진다. 그래, 지금까지 적은 문장들이 이토록 형편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절망한다.


 매일 백지 위에 타인의 욕망을 담아 무미건조한 타이핑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그게 나였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내가 나인지  손가락이 나인지 도무지   다. 그저 의문에 잠길 뿐이다. 대체로  찰나는 단상조차 되지 못한다.


 글을 쓰는 일이 언젠가 상처가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던 시집들을 읽는다.  끝없이 명징함을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시어들 속에 잠시 몸을 숨긴다. 책장 아래에서 겨우 숨을 쉰다.


가끔 외롭고 종종 서글프고 때때로 울고 싶다.

이제 그만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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