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홉 달 내내 글을 쓰는 일로 시간을 다 보냈는데 놀랍게도 글을 쓰는 법을 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머리는 굳고 어휘는 제멋대로 뒤엉켜 섞여버렸다.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영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어버린 건 아닌가 두려워진다. 그래, 지금까지 적은 문장들이 이토록 형편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절망한다.
매일 백지 위에 타인의 욕망을 담아 무미건조한 타이핑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그게 나였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내가 나인지 내 손가락이 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저 의문에 잠길 뿐이다. 대체로 그 찰나는 단상조차 되지 못한다.
글을 쓰는 일이 언젠가 상처가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던 시집들을 읽는다. 끝없이 명징함을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시어들 속에 잠시 몸을 숨긴다. 책장 아래에서 겨우 숨을 쉰다.
가끔 외롭고 종종 서글프고 때때로 울고 싶다.
이제 그만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