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Dec 30. 2022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때

탈진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바쁘고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은 공식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업무량을 줄지 않았습니다.

연봉은 올랐지만 실수령액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연락해야 할 사람은 많지만 감사를 전할 기력이 없습니다.


요즘은 열심히 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조금씩 들기 시작해요.

성과는 있지만 나를 조금씩 잃는 것 같기도 하고

사유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매일매일 최고치의 긴장감을 가지고 살다

한 순간에 안도감으로 전환되는 기분은

고양감이라기 보다는 추락에 가깝습니다.


네, 힘이 들어요.

돈은 벌고 있지만 퍽 힘이 드네요.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가족은 나를 상처입히고

나의 멀고도  다정한 친구가 대신 나를 위로합니다.


여전히 방탄소년단을 사랑하고

전시회를 다니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힘들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힘들어져서 힘들다는 생각을 미뤄둡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지금 상황을 약으로 버티는 것은

자신을 학대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걸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읊조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