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모음 1]
2025년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얼리버드로 모든 티켓이 다 판매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도서전. 굿즈와 한정판 책, 저자와의 사인회 순번을 받기 위해 오픈런하는 사람들로 이니기를 실감케 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가득했던 도서전에서 각 출판사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으며 부스를 운영했는지 인사이트를 잔뜩 얻고 왔다.
1. 컨셉이 확실한 부스
① 시공사 - 책 짓는 시공사
시공사는 브랜드명에서 비롯한 컨셉으로, 건설 현장으로 꾸며진 부스가 인상적이었다. 건설사와 같은 이름이지만, 출판사 시공사는 건물이 아닌 책을 짓는다는 내용으로 제목을 표현했다. 이 부스에서는 건설 현장을 표현하는 주황색과 안전모, 그리고 부스를 지키는 직원들이 안전 조끼를 입으면서 컨셉에 몰입한 부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에 철거 중, 설계 중이라는 표현과 함께 독자들의 꿈을 책으로 설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 명을 바탕으로 컨셉을 정하면서 소비자에게 출판사명을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었다.
*철거 중 - 다채로운 책으로 당신의 지루함과 잡념을 철거한다.
*설계 중 - 영감을 품은 한 권의 책으로, 당신의 꿈 설계를 시작한다.
② 현암사 - 팔순 잔치
현암사는 올해 80주년을 맞아 팔순 잔치로 부스를 꾸몄다. 화려하게 차려진 생일상과 함께 대표님이 한복을 입고 상주하고 계셨다고 한다. 담당자에 따르면 80주년까지 오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 덕분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잔치를 컨셉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컨셉으로 현암사라는 출판사가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인지 다시금 인식할 수 있고, 다른 부스와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오히려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③ 다산북스 X 오뚜기 - 마음의 양식당
다산북스는 식품 브랜드인 오뚜기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다산북스 책과 함께 오뚜기 제품을 담은 굿즈를 함께 디피하면서 부스를 꾸몄다. 유명한 오뚜기 제품인 카레와 후추 등 귀여운 이미지로 종이 책갈피를 만들 수 있으면서 오뚜기를 잘 녹여냈다. 사실 식품 브랜드와 책 브랜드와의 접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으나, 귀여운 부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한 기사에 따르면, 이 콜라보는 '좋은 글을 읽는 독서만큼 좋은 요리로 채운 식사도 마음의 양식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④ 문학과지성사 - 종이로 지어진 신전
문학과지성사는 올해 50주년으로 '50'이라는 숫자를 크게 표시하며 부스를 꾸몄다. 문학과지성사가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은 것은 바로 환경을 고려한 부스였다는 사실이다. 골판지로 만든 부스는 행사가 끝나고 철거된 후 재활용된다고 한다. 단 5일 간만 진행되는 일회적인 행사에서 부스 제작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문학과지성사는 일회용 행사에 재활용할 수 있는 부수를 제작했다. 골판지가 거대한 성을 이루며 색과 구조의 조합이 매우 멋있었다. 또한, 아름다운 책 속 문장이 위에 펼쳐지면서 품위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외에 작은 부스에서도 작지만 각 특징을 잘 표현한 곳이 많았다.
그중에 어흥대작전, 나비클럽이 출판사의 분위기가 잘 나타내면서 인상적인 부스였다.
2. 고객이 찾게 만드는 체험형 부스
① 시공사 X 한컴타자 X 교보문고 sam - 입력사무소
시공사는 부스 한 편에 거대한 키보드를 비치했다. 건설 현장을 표현한 시공사는 인력 사무소가 아닌 '입력 사무소'를 표현하며 방문객들의 체험을 이끌어냈다. 이는 한컴타자와 교보문고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컴타자연습의 산성비 게임을 진행하며 시공사의 책 제목을 빠르게 입력하는 게임이었다. 이는 독자들에게 필사 경험을 전하면서 한컴에서 프로모션 중인 키크론 키보드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었다고 한다. 도서전에는 다양한 체험이 진행되지만, 이처럼 진정한 게임이 진행된 것은 시공사가 유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이 게임을 보면서 같이 축하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부스였다.
② 경기도서 - 뽑기 이벤트
브랜드는 체험으로 소비자를 이끄는 것과 함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인지시켜야 한다. 경기 도서 부스는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되었다. 이곳은 경기도의 크고 작은 출판사가 함께 모여 부스 마을을 이루었고, 그 앞에는 책과 관련 굿즈를 선물로 주는 부스가 있었다. 방문객이 뽑기 기계를 통해 선물을 얻을 수 있어서 재미를 전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뽑기 기회는 스탬프 찍기와 경기 출판 관련 퀴즈를 모두 맞춘 방문객에게 제공했다. 스탬프를 받기 위해서는 경기 출판 관련 부스를 구경해야 받을 수 있었고, 또한, 경기 도서 관련 퀴즈를 맞히면서 내용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그냥 선물을 제공하기보다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방문객들의 이후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③ 김영사/다산북스 등 - 문장이 담긴 책갈피
도서전에서 가장 많이 발견한 것은 바로 종이 책갈피였다. 여러 출판사 부스에서 문장을 담은 종이 책갈피가 다양하게 있었다. 김영사에서는 알록달록한 종이에 적힌 문장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뽑아서 실과 단추로 연결한 책갈피를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또한, 다산북스에서도 오뚜기와의 콜라보로 귀여운 식재료 종이 키링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종이에 타공을 해서 고리를 걸면서 간단하지만 소장하기에 좋은 책갈피 및 키링을 만들 수 있었다. 각 출판사에서 나온 책 속의 문장이 담기면서 좋아하는 문장의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무료로 전하는 선물을 통해 방문객을 부스로 이끌었다.
3. 도서와 굿즈 그 사이
도서전에서 도서 외에 많았던 것은 누가 뭐래도 굿즈였다. 방문객들이 오픈런을 하게 되고 많은 이슈가 된 것도 바로 굿즈들이었다. 독서 관련 아이템과 책과 연결된 아이템들이 나오면서 많은 애독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먼저 김영사에서는 책 표지의 냄비 받침과 독서인을 위한 키링이 인기였다. 벽돌책으로 유명한 <총,균,쇠>, <사피엔스>, <팩트풀니스>를 냄비받침으로 재탄생되었다. 책을 냄비받침으로 쓴다는 것을 아예 냄비받침으로 만들어버린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독서 붐은 온다', '과시용 독서도 독서다'와 같이 독서밈 키링은 오픈런을 해도 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취향저격하며 이 키링 덕분에 부스가 덩달아 관심을 끌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책과 연결된 굿즈인 시공사의 키링도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리틀 라이프>에서는 책등을 계산하는 방법이 담겼다고 한다. 이에 출판사에서는 관련 내용과 함께 책등 계산할 때 사용하는 버니어 캘리퍼스를 키링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책을 쌓아두는 사람들의 책 탑 높이를 잴 수 있는 줄자까지 준비했다. 책을 사랑하는 독서인들에게 책등 높이와 책들의 높이를 잴 수 있는 독서 관련 아이템은 많은 관심을 이끌며 이후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4. 넘치는 아이디어
① 넘버링한 책을 판매하며 도서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함을 더함
② 선물하는 재미를 더하는 블라인드북 및 생일책
+ 주제 전시 (한 문장으로 볼 수 있는 책 추천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