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창

by YS

“저는 진실을 정말 사랑합니다. 우리에게는 진실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분명 더 많을 겁니다.

우리에게 아첨하고, 위로를 주고 끝없이 희망을 주는 거짓이요.”


― 아나톨 프랑스 ―



사람은 진실해야 하고 진실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비록 마주하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진실을 아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진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설픈 학문의 추구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믿음이 존재하듯 진실도 그것을 받아들일 때에만 진실로 존재한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거짓을 말하게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안 먹었더라도 그냥 먹었다고 답한다. 내가 흔히 하는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이 꼭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상대에게(보통은 엄마나 친구) 걱정을 끼치는 것보다 사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게 만들고 싶은 의도에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타적 거짓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선물을 받았을 때, 곧이곧대로 “내가 좋아하는 색이 아니야”라고 말하기보다 신경 써서 선물을 해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완벽하게 사실만을 말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헨리크 입센은 “보통 사람의 삶에서 거짓말을 빼앗는다면 그의 행복도 빼앗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심리학자 오토 랑크는 “사람은 진실만으로 살 수 없다. 살기 위해서는 환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거짓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환상이라면, 희망의 끈이라면, 나는 거짓이 필요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길을 걸어가려면 신발이 젖고, 옷이 젖고, 불편하고 불쾌할 것이다. 하지만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그윽한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폭우소리는 타악의 음악이 되고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낭만적인 풍경이 된다. 불편한 현실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전환하는 판타지의 창이다.


환상은 견디기 힘든 현실이나 고통으로부터 멀어져 가능한 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현실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희망이 없다면 삶을 어떻게 지탱하겠는가?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을 때 우울함으로 빠지게 된다. 한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진실이 아닐지라도 이 희망이라는 환상을 꼭 잡고 가려한다. 오늘처럼 화창한 햇살에 미소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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