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 않아 쓰는 이야기 (1)

마이쮸를 맛있게 먹던 동생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by 레오

학교 운동장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교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니께 혼이 났다. 동생 유치원 끝나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나에겐 축구가 먼저였기에 왜 혼나야 하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동생은 늦게 온 엄마를 원망하며 차에 탔지만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이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마이쮸 포도맛'을 통째로 주셨기 때문이었다. 그 속에 있는 한 알도 아까워 오래도록 씹지 않고 녹여 먹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축구 때문에 목이 말랐던 나에게 있어선 마이쮸는 썩좋은 먹잇감이 아니었고 동생은 나의 괴롭힘 없이 마이쮸 한통을 혼자서 독식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입에다가 두세개씩 집어넣고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내가 살던 시골의 작은 은행은 문닫는 시간이 제멋대로였다. 그렇다고 진짜로 닫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비워두고 영업마감시간 즈음에 돌아와 정리하기 일쑤였다. 동생이 마이쮸를 맛있게 먹던 그날도 영업이 끝나기 전에 은행을 가야했던 어머니는 읍내로 차를 돌리셨다. 정말 깡촌이었던 내 마을은 읍내도 비포장 도로처럼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덜컹거렸다. 개구리 주차를 하고 있던 어떤 차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울퉁불퉁한 도로로 덜컹 한번, 급브레이크로 덜컹 한번이 오가니 그대로 매고 있던 책가방과 몸이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툭치는 동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처음엔 더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나는 큰소리로 '엄마! 큰일났어!!'를 외쳤다. 동생은 잔뜩 입속에 잔뜩 집어넣은 마이쮸를 잇몸까지 보이도록 웃으며 보여줬고 그 안에서는 보라색 찐득한 액체와 빨간색 물들, 그리고 제자리에 있어야 할 이빨 하나가따로 떨어져 나가 액체 속에 섞여 있었다. 기어코 피는 동생의 턱으로 흘러 밑으로 뚝뚝 흘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와 나는 갑자기 빵터지고 말았다.


문에다가 실을 매달고 유치를 빼려고 할때마다 집 안이 떠나가라 소리쳤던 동생이 몇주전부터 달랑달랑거렸던 유치 하나를 너무 웃기게 빼버리고 만것이다. 실만 들면 기겁을 하고 아직 뺄때가 되지 않았다고 설득하는 동생 때문에 가만히 냅뒀던 것이 결국은 그 좋아하는 마이쮸들과 함께 뽑혀 나왔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는지 의외로 뱉어낸 후에도 아픔보다는 먹다만 마이쮸가 아까워 아쉬워하는 동생을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어머니는 은행에서 일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이빠진 기념으로 마이쮸를 사주신다고 했다. 동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이쮸 먹으면 이가 또 빠질 것 같으니까 이번엔 새콤달콤으로 사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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