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한 가족이 책방을 방문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자매는 책방 이용 설명을 듣고 나서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막내는 한글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친구였는데 혼자서 그림책을 들고 나와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언니에게 찾아가 '언니 이거 모야'라고 물었다. 언니는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물어보는 모든 단어들을 읽어주었다. 부모님은 딸들이 앉자마자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이미 독서삼매경에 빠진 후였다.
그 가족이 자리를 잡고 다른 팀이 책방을 방문했다. 아주머니들로만 이루어진 3인조 그룹은 책방에 들어오자마자 소란스러웠다. 책방 이용 설명이 끝나고 잠깐 책을 구경하는 듯하더니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엔 들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마도 당시에 알쓸신잡이 처음 나오던 시절이라 인기가 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며 다른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책방은 책 관련된 이야기를 제외한 담소는 금지시 하고 있어 슬슬 제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쉿!"
고개를 돌려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언니가 아주머니들 앞으로 가서 작고 조그마한 입술 앞에 여린 검지를 살짝 가져다 놓고는 다시한번 '쉿!'이라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순간 얼어버리면서 미안하다고 말이 튀어나왔다. 언니는 아주 상쾌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제 동생이 열심히 글을 읽고 있거든요. 그런데 시끄러우면 읽기 더 힘들 것 같아요. 여긴 책방이니까 아빠가 조용히 해야한다고 했어요. 그래주시겠어요?"
또박또박 나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하는 소녀의 요청에는 나까지도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얼굴이 빨개지시고는 육아책을 한 권씩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독서삼매경에 빠지셨다. 그 모습을 확인한 책방지기도 고개를 내려 다시 읽던 책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고 그렇게 모두가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