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손님 이야기 (2)

고양이에게 잘 보여야지

by 레오

책방 고양이 버본은 손님들이 앉는 의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아침부터 즐거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딸그랑 딸그라랑' 대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작은 꼬마 손님이 부모님과 함께 있었던 책방의 다른 공간에서 혼자 본점으로 들어온 것이다. 꼬마 손님은 책방지기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건넸고 책방지기도 마스크 속 미소를 머금으며 눈으로 최대한의 반가움을 표했다. 그렇게 조용히 꼬마 손님은 책을 하나 골라 고양이가 자리 잡은 의자 바로 왼쪽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마치 자신이 왔다는 것을 고양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듯이.


물론 책방 고양이 버본의 낮잠을 작은 엉덩이의 털썩임으로 깨우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리라. 꼬마 손님도 바로 납득을 했는지 티나는 행동은 삼가하기 시작했다. 자는 모습을 만져도 될까 굉장히 고민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결심한 눈빛으로 손을 등에다가 가져다 데려고 한 순간, 고양이는 자고 있던 자세가 불편헀는지 크게 뒤척이며 꼬마 손님을 향하던 몸을 반대로 뒤집어 버렸다. 꼬마 손님은 굳은 상태로 있었다. 마치 자신이 만지는 것을 거부 당한 듯하여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람도 잠을 자다가 자세를 바꾸듯 고양이의 행동은 아주 간단한 이유였겠지만 꼬마 손님이 그것을 알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다.


톰과 제리에서 캐릭터들이 무언가 방법을 고안해내기 전에 하는 포즈가 하나 있다. 한 손으로 팔목을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 포즈. 꼬마 손님은 그 포즈와 함께 약 5분 동안 고양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화를 안내게 하면서 만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검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벌떡 일어났다. 무언극을 하나 보고 있는 듯한 이 꼬마 손님의 연기 아닌 연기는 흘끔흘끔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책방지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꼬마 손님은 곧바로 두꺼운 책을 하나 골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펼쳐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기 위해 책반 본점으로 돌아온 어머님는 꼬마 손님의 모습을 보고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기 시작하셨다. 책방지기도 그 폭소의 이유가 알고 싶어 목을 빼 꼬마 손님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머님은 호흡곤란을 이겨 내시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니"

꼬마 손님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고양이는 책방 고양이잖아. 그래서 만지려면 책을 읽어야 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만지게 해줄 거야. 내가 고양이에게 들었어."

나도 처음 알았다. 우리집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을. 그리고 손님들에게 책을 읽어야 만지게 해주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머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사람이 어딨냐? 그리고 너 아직 글씨 못읽잖아. 그 책 제자리 가져다 놓고 얼른 따라와. 고양이가 비웃겠다."


아... 우리 꼬마 손님...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엄마 뒤를 쫄쫄 따라간다. 고양이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잊고 싶지 않아 쓰는 이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