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 않아 쓰는 이야기 (2)

흙으로 만든 금괴

by 레오

시골, 그 시골에서도 읍내로 나가려면 초등학생의 걸음으로 30분을 넘게 걸어야 했던 산등성이 깡촌에 살던 시절 있었다. 주변의 집도 몇 채 없었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은 밤늦게까지 국영수 보습학원, 한컴타자학원, 피아노 학원을 뺑- 돌고 들어왔다. 태권도만 하던 나에게는 도장차가 집앞까지 데려다주면 그때부터 동생과 함께 단 둘이서 매일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놀아야 할까 고민해야만 했다. 물론 숙제는 산더미였지만 그걸 했을리가 없으니 더이상 묻지 마시길.


만화방이나 비디오방에 가면 비디오는 단 두 편씩 밖에 빌리지 못했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매일 똑같은 비디오를 돌려보는 걸로 방과후를 시작했다. 컴퓨터 게임은 동생과 함께 놀 수 없어서 되도록이면 피했고 TV도 할아버지의 차지였기 때문에 우리는 5시반에서 6시반까지 한 시간 정도만 만화영화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놀이터는 집 밖이었다. 나는 자전거, 동생은 킥보드를 타며 집 주변을 돌아다니 보면 놀거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흙으로 만들어져 있는 금괴를 캐는 놀이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금괴라고 해서 정말 금괴는 아니다. 우리 마을은 집을 지으려다가 만 곳이나 다른 곳에 흙을 보내기 위해 작은 포크레인이 자주 들어왔는데 단단한 땅을 포크레인이 밟고 지나가면 그곳에 체인 체인 자국이 기다란 금괴처럼 변해 있었다.


나와 동생은 모양이 반듯하게 찍힌 체인 자국의 흙을 나뭇가지로 살살 때어내서 차곡차곡 모아 집으로 가져왔다. 영하 <인디아나 존스>에서 나오는 금괴마냥 피라미드 형식으로 쌓아놓고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손으로 만지기도 어렵게 푸석해지다보니 나는 동생과 함께 여러 궁리를 해보기도 했다. 물로 적셔보기(실패), 햇빛에 말려보기(실패), 그늘에서 말려보기(실패), 냉장고에 넣어놓기(실패), 냉동고에 넣어보기(실패) 등등의 여러 노력을 했지만 적혀 있는대로 모두 실패에 그쳤다. 그나마 제일 오래갔던 금괴는 이미 빠싹 말라서 굳어져 있던 도로 위 흙금괴를 동생 보여주려고 가져와 항아리 안에 넣어놨다가 1년 후에 발견한 녀석이었다.


요즘은 공사장 근처에 갈 일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한들 아래가 아니라 위를 보고 있다보니 금괴를 찾는 재미는 어디론가 사라진 듯하다. 흙으로 만들어진 금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바보 같은 만족감에 심취해 있던 그 때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 진짜 금괴만 쫓아 다니는 지금의 나는 참 재미없는 인간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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