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감사했다.
노신사가 책방에 들어오셨다. 두세시간 전에 전화로 인터넷 예약 방법이 너무 어려워 혹시 전화로 예약이 되는지 확인하시고는 예약 가능하다는 소리에 빠르게 예약을 하셨다. 할아버지 손님이 혼자 오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노신사가 들어왔을 때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
분홍색 와이샤쓰에 하얀 삼배 정장, 그리고 베이지색 도리구찌 모자를 한 노신사분은 하회탈의 미소를 그대로 빼다놓은 듯했다. 노신사는 모자를 손으로 살짝 올리고 지팡이 잡으로 손을 뒤로 움직이며 정중하게 인살르 건네주셨다. 책방지기는 최대한의 예의를 차리고 책방 이용 방법을 설명했다. 노신사는 설명을 다 듣고는 다시 한번 전과 같이 인사를 건네시고는 소설, 시, 독립출판물이 있는 '홀로서기' 책방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셨다. 햇살이 강해 입고 계신 삼배 정장은 더욱 빛이 났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제자리에 앉아 항상 잔뜩 쌓여 있는 일들을 처리하고 있으니 책상 모서리에 책더미가 쌓여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샌가 노신사께서는 책방지기 앞에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책더미는 뭘까하고 보니 노신사께서 '독립출판물'들을 잔뜩 가지고 오셨고 더미 위에는 카드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사실 노신사와 독립출판물의 매칭이 잘 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이 책들 구매하시는 거 맞으신가요?"라고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노신사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웃고 계셨다.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독립출판물을 구매하시고는 또다시 정중한 인사를 나누시고 홀연히 떠나가셨다. 왜 독립출판물을 구매하셨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그냥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신사가 떠난 후 정리를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노신사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주시려는 건 아니었을까? 꿈인지 생시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의 그때 그날의 노신사가 또다시 홀연히 나타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