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일기 (1)

부정형 인간

by 레오

오늘 아침은 고기 반찬이 나와있었다. 흰쌀밥에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올려 한 입을 하려하니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이런 반찬 엄마가 해주면 결혼 안한다는데"


물론, 그냥 장난으로 하신 말씀이란 건 알지만 서른이 가까워질수록 결혼이라는 단어 하나만 들어도 비수로 날아와 꽂힌다. 스물아홉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윤석렬 대통령 덕분에 한 살 어려졌으니 쓰는 말이지 옛날이었으면 벌써 서른이 넘었다. 그러니까 더 서글프다.


그런 말 좀 하지말라고 화를 낸 적도 있다. 근데 이렇게 화를 내도 결국 어머니 입에선 결혼 이야기가 나온다. 주변에 결혼, 청첩장, 반지 등의 이야기들이 흘러 나온다. 고기 반찬 하나 먹는데도 결혼이 밥맛을 떨어뜨리게 한다는 것이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연애를 안한지 4년이 넘어간다. 4년 전에 했던 내 연애는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그리고 난 지금 왜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 하는 걸까. 내가 누군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 주장 강하고, 사교보단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보다 책에 의지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날 이해해줄 사람은 없다. 책에서 그러더라. 사랑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니까 난 사랑을 못하는갑다.


돈, 명예, 직업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니 인간성이라도 좋았으면... 이것도 안될 듯하다. 이 나이가 되고 나니까 자꾸 선을 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내 거절 방법도 참 구차하다.


'선 볼만큼 돈을 벌고 있지 않아요.'

'전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힘들어요.'

'자신감이 없어서 못나갈 듯해요.'

'상대방 시간만 뺏는 사람일 겁니다.'


만나라도 봐야 한다는 말도 한사코 거절하고 그냥 혼자 방안에 들어가 한숨 한 번 쉬고, 눈을 감고, 그냥 그렇게 하루를 넘긴다.


얼마전부터 PT를 받고 있다. 예전에 한 번 같이 했었던 트레이너와 다시 하는 건데...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결혼 준비하시게요?"라고 물었다. 여자친구도 없는데 무슨 결혼이냐고 말하니 깜짝 놀라며 죄송하다한다. 내 나이때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보통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거나 결혼 준비를 슬슬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허허... 난 그냥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보여서 시작한 것일 뿐인데...


어딘가에서 읽었다.(또 책에서 봤다.) 부정적인 마음은 글이라는 형태로 몸 안에서 내뱉어 놓는게 좋다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공유하면 나아진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식의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다 앞으로 써놓을 일기내용은 우울하다. 서른이 가까워지는(아니 이미 서른이 넘었지만 숫자 속임수로 아직 서른이 아니라고 우기는) 남자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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