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코로나가 끝났다.
큰 꿈을 가지고 시작한 책방은 무언가를 시작해보려고 할 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그때부터 정말 책방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적어놨던 규칙에서는 벗어나고 싶지 않아 생존에 고집까지 더하다보니 사람이 자연스럽게 억척스러워졌다. 독하지 못해서 손해보고 살던 나였지만 독해지니 내 자신이 싫어지는 나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코로나를 잘 이겨낸 뒤 그제서야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겉모습은 멀쩡해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왠지 모를 무력감과 느껴보지 못했던 답답함에 새벽에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치는 일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앉아 여행 아닌 여행을 즐겨보았지만 이 또한 나의 고통에 대한 해방감으로 찾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득 가게의 하루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어느 날, 별것 아닌 것처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나는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같은 일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그려졌다. 신기한건 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미래는 마치 요즘 유행하고 있는 AI 사진과 비슷한 느낌으로 불쾌한 골짜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책방지기는 세상에 많다. 나는 그 많은 책방지기 중에 조금 특이한 책방지기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특이하다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겉이 아닌 내 자신이 세상을 좀 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책방지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던 일을 과감히 시작하고자 마음 먹었다. 수화기를 들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번호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