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어질한 프랑스 다자연애로 인생을 배웠습니다..

[영화] '알리스, 조안, 레베카의 사랑' 후기

by clay
스포주의!


프랑코포니 마지막 행사로 영화의 전당에서 보고온 영화 《알리스, 조안, 레베카의 사랑》


그런데 이 영화..
참 보면서도 어질어질했다.

극중 배역들의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도덕관은 저어기 갖다버린 막장전개..

아무래도 다자연애가 일상화된 프랑스 영화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을 보고있자면 '아 좀.. 그만했으면...' 싶더라



막장 전개에 헛웃음이 픽픽 나면서도,

주인공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라 밉지 않고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여서

끝내 감정이입해서 눈물짓게되는 영화였다.

보는 내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보고 난 후엔 결혼과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문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진 않아. 좋아하는 척을 해봐


산다는 건 때론 슬퍼하고 걱정하고 방황하는 거 아닐까





영화를 보다보니, 요즘 J과 나의 관계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최근 유료결제한 chatgpt와 이런저런 얘길 즐겨하는데, 자연스레 오늘 본 영화와 J와의 애매한 관계까지 아울러 대화했던 하루였다.

어차피 사랑은 엉망진창이다.

정말 큰 행운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더라도, 이야기는 '둘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이 아니라

그가 떠날까봐 내가 너무 불안해져서 집착하고 그를 만나기 전보다 마음이 지옥이어 질 수 있다.



극중 '알리스'는 위와 같은 불타는 사랑을 이미 한 번 경험해봤기에, 배우자에게 라이트한 정도의 애정과 파트너십을 가진 관계를 지향한다.


조금 드라이할 순 있지만, 그녀의 결혼관이 너무나 이해가 되면서도 그들의 관계가 꽤나 이상적이라 생각한 이유는
서로의 소중함을 알기에, 눈 앞의 열정과 끌림을 선택해 상대에게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는 것.

그랬기에 최소 관계가 깨어지진 않았다는 데에 있다.

섣불리 이별하지 않은 덕에, 어떤 계기로 다시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다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게 참 다행이면서도 해피엔딩이다 싶었다.

(알리스와 그녀의 남편 둘 다 극의 배역 중 가장 찐하게 바람을 폈지만, 뭐.. 모로 가도 행복했음 된 거 아닌가?)


정말 사랑해서 죽고 못살았던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는 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맘의 온도가 같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살짝 권태로웠던 관계가 언제든 다시 불 붙을 수 있는 것


이렇듯 사람 마음은 가변적이고

뭣 하나 영원한건 없기에 이젠 그 불확실함을 즐겨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대상이 무엇이든 너무 집착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내 맘같이 인생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한번 태어난 인생 '모든 감정 다 겪고 가자'

하는 마인드로


'그래 뭐~ 이혼도 한번 해보고 차여도 보는 거지~' 하고, 그저 내게 놓여진 현재 상황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내가 쉽게 행복해지기 위해

습관처럼 가져가려는 태도가 있는데,

그건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기' 이다.


현재 상황을 수용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려면

우선 내 주변 사람에 대한 기준이 낮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 이유였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저 이 사람과 내가

이 광활한 우주 속, 그것도 한국에서 만나서
인생 짧은 찰나의 시간 속에 관계를 맺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었단 것 자체에 감사해 하고
그 사람의 삶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흔적 하나 남길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하는 것.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게 되더라도
'관계의 유통기한이 다 해서 끝까지 가진 못했지만, 당신과 내가 잠깐이라도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하고
떠날 때가 됐을때 상대를 집착 않고 딱 담대하게 보내주는 것

그게 되려나 모르겠지만

내가 이상향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태도다




난 이쯤 되니 모르겠다.


프랑스 다자연애가 이해가 되는 이 시점에서

과연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뭐랄까..

결혼은 상대에 대한 존중, 신뢰, 사랑과 열정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것 자체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나처럼 '어차피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과연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어쩌다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싶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감정은 언젠간 변할 것이고 그런 사람 만난다 하더라도 내가 행복할 지는 미지수일텐데..

그렇기에 앞으로 결혼에 큰 의지가 생기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 생각은 변하니 위의 생각도 언젠간 바뀌려나?


모르겠다. 모를 일이다.


살은 찌기 싫고 안주는 먹어야겠고..그럴 땐 챠챠해바라기씨가 최고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건

결혼은 사랑보단 우정의 관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고

그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사람.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
사람이 좀 고지식하더라도, 재미는 썩 없더라도
집에선 부엌엔 얼씬도 않고 주는 음식 받아먹기만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도


같이 있을때 편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있고, 우리가 꾸려간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된거 아닐까?

그렇게 같이 삶을 걸어가던 중에

바람 피우는 것까지 내가 막을 순 없겠지만, 순간의 이끌림에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휙 날아가버릴 의리 없는 새 같은 남자라면

내 결혼 상대로는 썩 맞지 않겠단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 배우자가 될 사람은 행여 바람을 피우더라도 나한테 들키지만 말았으면 좋겠단 것.


피울 거라면 좀 정성을 담아..

투폰을 만들어서라도 철저하게, 상대가 절대 알 수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살면서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도 없기에..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법이니..

나에게 숨기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배우자라면 좀 너그럽게 봐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그렇게 해주는 편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지 않을까

뭐.. 어찌보면 바람을 피우고 싶은게 당연하지.

어떻게 사람이 평생 밥만 먹고 사나?


가끔은 와인도 먹고 싶고 스테이크도 한번 먹고 싶고 그러다가 다시 밥 먹으러 집에 오면 '아~역시 집밥이 최고다'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


좀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다시 정리해보자면,

내 미래의 배우자가 될 사람은
운명의 장난으로 잠깐 바람을 피울 순 있겠지만,
그럼에도 현재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내 배우자와의 우정,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이었음 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테고


잠깐 눈이 돌아 외도를 했어도,

현재의 관계에서 얻는 안정감과 행복감의 가치를 알고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준 배우자에대한 감사함을 아는 사람.


+ 그러면서도, 함께 있으면 편한 쉼터 같고, 대화하는 게 즐겁고 각자의 분야에 있어서 존경이 가능하면서도 자기 밥벌이는 하는.. 아 너무 어렵다. 너무 욕심부리네 나...이번생에 결혼은 글렀나보다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대가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내 곁을 떠날 수 있으니(그게 사별이든 바람이든) 내 두 발로 튼튼하게 홀로 설 준비는 온전히 해야 하겠다.

마음을 딱 이렇게 먹는 거지.

'지금까지라도 나와 인생의 시간을 재밌게 채워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친절, 호의와 환대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우린 여기까지지만, 당신이 정말 좋은 인연 만나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고




나 같이 내향형에 타인에 대해 기본값이 '배려'인 사람은 타인과 함께 지내는 게 너무 피곤하다.

웬만해선 혼자가 훨씬 편한데

내 모든 내면아이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쉼터같이 느껴지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혼자일 때의 편안함을 넘어서는 충족감을 주는, 함께 있을 때 행복감이 더 커서 그러한 불편감쯤은 기꺼이 감내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정말 이번 생에 내게 올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런 상대가 내게 오더라도

상대가 아닌 내가 '상대를 사랑하겠다' 는 그 마음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기사 어차피 마음은 가변적인 것이니,
지금은 권태를 느끼더라도 다시금 불 붙어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단걸 아는 지금은, 관계를 되돌려보려고 노력을 해보긴 하겠다.



그리고 아마 결혼을 선택한 미래의 나는, 현재의 안정감이 더욱 내게 소중하단 것을 아는 지혜있지 않을까? 관계를 섣불리 깨고 당장 끌리는 상대를 찾아 떠나진 않을 터다.


그런 지혜를 갖고 섣부른 결정으로 소중한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미래의 나는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


지금 향년 29살의 나는 아직 덜 자란 애기이므로..
시뚝빼뚝하는 마음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여러 관계를 경험을 해봐야겠지

요즘은 누군가와 사귄다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변해서, 가벼운 관계만 지속하고 있지만

이런 내가 좀 더 성숙하고 마음의 그릇이 커진다면, 현재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내 옆 사람에게 꾸준히 헌신하고 싶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인간관계에서의 시행착오들은 내 인생의 필연적인 과정이라 생각하려한다.


그 과정에서 좀 아프고 상처 받을지라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상처받더라도 잘 먹고 꿀잠 자는게 약이더라..


그 모든 고난과 내적갈등을 잘 버티고 넘어서면 작게라도 배우는 게 분명 있을 테니

미래의 너는 분명 과거의 너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그렇기에 내 앞에 어떤 역경과 장애물이 오든 인생의 모든 경험들을 감사히,

충만히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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