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유명한 식물연쇄킬러였던 나는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식물들에게 종말을 선사했었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보내기도 하고, 물을 너무 안 줘서 보내기도 하고, 잎을 너무 잘라서 보내기도 하고, 과하게 무성하게 보내기도 하고... 가짓수만도 무궁무진하고 들인 돈도 꽤 됐던 것 같은데, 그만둘 법도 한데... 이상하게 끊임없이 식물을 사들이고 죽여 내보내는 이 죽음의 사이클을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그만이라는 다짐도 여러 번 했지만, 뭐에 홀린 듯 번번이 새 식물들을 들여오는 것이다. 나는.
틈틈이 식물을 들이는 날 보며 오빠는 내가 꽤나 실력 있는 식물애호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이 악순환의 시작과 끝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수많은 희생들을.
얼마 전, 식물원에 갔다가 나만의 정원을 꿈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긴 이걸 심고, 저긴 저걸 심고... 계절에 따라 나의 정원은 어떻게 변해갈 것이고, 연못도 필요하고...'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날 한참 바라보다 오빠는 덥석 천평가든을 약속한다. 겁도 없이.
그 말에 웃고 말았지만, 한가한 저녁이 되면 천평 가든에 쭈그리고 앉은 나에게 어울릴 밀짚모자와 SPF 높은 자외선차단제를 검색하는 나를 본다. 겁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