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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Sep 05. 2022

일곱살 소녀 가브리엘

소피아 골방에서 3주간 머물며 글 쓰기


어쩐 일인지 가비(가브리엘)이 아침부터 뭔가를 작정한 듯 내방을 찾아와 단호하게 나를 부릅니다.

"에 와!(이리 와)"

"자쉬토?(왜?)"


나를 거실에 끌고간 가비는 동네 마트에서 발행하여 배포하는 상품 안내 브로셔를 내게 건넵니다.

뭘 하려나 궁금해서 쳐다보니 미리 준비한 뜯어낸 노트 종이 한 장과 펜도 마저 건넵니다. 

이제부터 자기가 일일이 지적하는대로 나보고 그 목록을 종이에 적도록 합니다.

브로셔를 넘겨가며 이것저것 상품 이미지를 가리키면 나는 상품명을 적습니다.

그렇게 하여 대략 스무가지 상품이 선정되었습니다.

가비는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커다란 비닐 봉투를 챙겨와 내게 건네고는 

목록표를 들고 가상의 상품 판매대에서 상품들을 집어 비닐 봉투에 담습니다.

(상품은 남동생 스테판의 기저귀나 장난감, 지 엄마가 쓰는 크림 등으로 대신함)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비닐 봉투를 들고 한 시간 가까이

가비를 따라다녀야 했습니다. 

여자는 천성적으로 쇼핑을 좋아하고 남자는 여자 쇼핑 가는 곳 따라갔다가는

반 개죽음당한다는 것, 그것은 불멸의 진실임을 이렇게 절감합니다. 


엊그제부터 반복되는 피자놀이를 피하니까

가비는 새로운 놀이를 개발한 겁니다.

지 엄마도 처음 보는 놀이라며 놀랍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 산책 삼아 집근처 구멍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줬습니다.

가고 오는 내내 내 손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꼭 그러잡습니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내 공원에 있는 어느 나무로

나를 끌고 가더니 꼬물락거리며 올라갑니다.

아마 평소에 그 나무에 자주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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