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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Oct 30. 2022

무능한 독재자 코모두스와 니콜라이 2세와 연산군

세상을 여는 잡학

인류 유사 이래 독재자들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하였다. 독재는 민중 추구형 독재, 권력 추구형 독재, 인류 파멸의 광신 독재, 국가 붕괴의 무능 독재로 구분할 수 있다. 독재는 종류로 나눌 수는 있으나 그 어떤 독재도 만인을 고통에 빠뜨리는 끔찍한 죄악을 저지른다는 것은 한 결로 같다.     


민중 추구형의 대표적 독재자는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크라수스, 폼페이우스와 삼두 정치 체제를 구축하였던 그는 터키 땅 카레에서 파르티아 제국과의 전쟁 중에 크라수스가 전사하자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경쟁자 폼페이우스를 공격, 패배시켜 종신 독재관이 되었다. 그는 공화정을 폐지하고 중앙집권형 1인 지배체계로 민중 우선의 개혁 정치를 펼쳐 백성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얻었다. 북한의 김일성도 남한보다 한 때 경제적으로 국방력으로 앞서기도 하는 등 백성들의 신봉을 받으며 천수를 다하고 죽은 후 아직도 북한의 신적 존재로 남아있다.  


율리우스 석고 두상. 사진 위키백과

    























권력 추구형 독재자의 대표적 인물은 아시아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은 주왕, 주 여왕과 그의 손자 유왕이 선구자적 독재자였다면 그 뒤로 수 양제, 남조 유송의 후폐제, 금 해릉양왕 등이 잔혹한 독재자의 맥을 이었다. 그러한 중원의 독재 DNA는 마오쩌둥과 오늘날의 시진핑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의 국가주석직 3연임이 확정되면서 폐막행사에 참석해있던 후진타오가 수행원에게 끌려 퇴장당하고 있다. 사진 CNN TV News 화면 갈무리


유럽의 권력 추구형 독재자는 기원전 27년 공화정을 폐지하고 제정 국가로 출발한 로마제국에서 시작되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편집증에 빠져 원로원 의원들을 죽여가며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려 하였다. 백성들에게 하느님으로 부르도록 강요하여 자기를 우상화하였고,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잔혹하게 탄압하였다. 네로 황제 역시 그에 못지않은 폭군이었다. 권력 유지를 위하여 동생과 친모, 아내 등 친족들을 죽이기도 하였고, 기독교인들은 대학살로 탄압하였다.

중세 들어 영국에서는 스스로 신의 선택자로 착각한 찰스 1세를 비롯하여 리처드 3세, 제임스 2세 등이 법 위에 올라서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1762년 러시아 황제가 된 표트르 3세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귀족, 신료, 군대, 백성, 교회를 적으로 삼아 탄압을 일삼았다. 그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와 프로이센 간에 벌어진 7년 전쟁이 끝나갈 즈음 공연히 합스부르크 편을 들어 참전하여 수많은 백성을 남의 나라 간 전쟁에서 죽게 하기도 하였다.

노르웨이의 파시스트 신봉자 퀴슬링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노르웨이 침공을 촉구하여 히틀러가 노르웨이를 손에 넣은 후 괴뢰정부의 총리 자리에 올라 권력을 누렸다.

안토네스쿠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사력으로 정권을 잡아 루마니아를 독재 지배하였다. 그는 1940년 히틀러와 동맹을 맺고는 40만 명의 유대인을 대거 학살하였다. 1944년 미하일 1세가 루마니아를 독재의 악몽에서 구하였으나 악질 비밀경찰 출신 차우셰스쿠가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를 전체주의 체제로 다스리면서 또다시 폭압과 인권 침해로 국민을 고통에 빠트렸다. 특히 그는 외국으로부터 들인 차관을 착복하고 국민에게는 경제적 혜택을 일절 주지 않아 루마니아를 유럽 유일의 기아 국으로 만들기까지 하였다.

1979년 정권을 잡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특유의 공포정치로 이라크 국민의 인권을 철저하게 말살하였다. 20년 넘도록 장기 집권하였던 그는 미국의 침공을 받아 패주 잠적하였다가 체포되어 교수형을 받았다.

1969년 혁명을 일으켜 군주제를 무너뜨린 리비아의 카다피는 젊은 나이에 정권을 장악한 후 40년 넘도록 장기 집권하면서 모든 정당과 민간단체들을 탄압하면서 국민에게는 잔혹한 인권 유린 행각을 저질렀다. 결국 그는 2010년 12월부터 중동과 이집트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 시위에서 영감 얻은 리비아 국민의 반란으로 붕괴하였다.     


히틀러와 대화하고 있는 비드쿤 퀴슬링(노르웨이). 사진 getty images


우리네 조상들에게도 지독한 독재자가 있었다. 먼저, 이복형인 호동왕자와의 패권에서 승리하여 왕좌에 오른 고고려의 모본왕과 차대왕, 봉상왕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백제에서는 백제 멸망을 불러일으킨 의자왕을 들 수 있고, 고려 임금 중에서는 건국 초기 국가 기반을 잡은 명군 광종도 전제정치를 행한 독재자였다. 고려 말의 충혜왕은 막장 군주였다. 조선은 정권 장악을 위하여 형제들을 죽이기도 하였던 태종을 폭압 군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는 권좌에 오른 후 처남들까지 처형하여 외척의 발호를 철저히 차단하는 식으로 왕실 위주의 권력을 유지하려 하였다.      


제일 전범 도조 히데키가 봉신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사진 위키피디아


20세기는 광신 독재자들의 시대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겪은 가장 큰 전쟁인 제2차 세계 대전의 원인이 그것에 있다. 일본의 천왕은 예부터 어떤 권력도 없는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다. 메이지 유신 이후 19세기 중엽부터 일본의 실질적 군주는 총리였다.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총리를 지낸 도조 히데키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민간인과 전쟁 포로를 굶주림 속에 죽도록 하였고, 수천 명의 여성을 일본군의 위안부로 삼았다. 히틀러는 유럽을 전쟁 지옥으로 끌어들여 7천만 명 가까운 무고한 목숨을 희생시키고 수많은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의 반유대인 정책으로 죽은 유대인 수는 6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끔찍한 인류 최악의 비극이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파시스트 독재로 22년 동안 절대 권력을 유지하였다. 그는 추축국의 수장 격인 히틀러의 지시를 따라 이탈리아 내 유대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황제보다 검투사가 되기를 원하였던 코모두스. 사진 글라디에이터 영화 스틸 컷.


무능함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독재자들도 제법 많았다. 로마제국의 평화를 이끌었던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로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자 아버지의 대를 이어 황제가 된 코모두스는 검투 경기에 빠지면서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그는 친누나 루실라가 자기를 암살하려 하자 이에 분노하여 루실라와 손잡은 원로원 의원들을 대거 처형한 후 정사는 자기 친위부대에 맡긴 채 자기는 검투사로만 활동하는 등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만 보였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는 1894년 권력을 잡은 이후부터 러시아를 혼돈에 빠뜨리더니, 기근과 물가 폭등, 노동자 탄압 등에 시달린 시민이 봉기하자 쌩 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에 피신한 채 두문불출하는 무능한 군주의 일색만 보였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성공시킨 혁명군은 그를 예카테린부르크 지역에 연금하였다가 황제를 지지하는 백계 군대가 그를 구출하러 온다는 소식에 황급히 황제 일가족 전원을 무자비하게 총살하였다.     


조선에도 대단한 무능력 군주가 있었으니 연산군이다. 집권 초기 그는 국방력을 강화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등 치적을 쌓기도 하였으나 무오사화 갑자사화를 거치면서 점점 사치와 쾌락에 빠져들었다. 창덕궁과 경복궁 내에 전각 3천여 칸을 짓는 대공사를 벌이고 마포 망원정의 한강 물을 끌어들여 도성 서북 문이었던 창의문을 거쳐 근정전 앞 수각에 이르도록 50만 명의 인부를 동원하는 무모한 대공사를 시행하기도 하였다. 채홍사(採紅使)를 전국에 파견하여 이름있는 기생을 찾아 운평(運平), 가흥청(假興淸), 흥청(興淸)으로 분류하여 연희를 즐기기도 하였다. 흥청 출신으로 연산군에게 후궁으로 발탁되어 국정까지 농단한 여인이 바로 장녹수다. 21세기 시점에서 연산군과 장녹수를 떠올리면, “역사는 되풀이한다.”라는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전광훈이 이끄는 제일사랑교회의 광화문 집회 장면. 사진 YTN TV News 화면 갈무리

     

현재 대한민국에 독재자가 있다면 거대 언론과 팬덤 문화를 들 수 있겠다. 공정과 중립을 외면한 언론은 비판 대신 획책이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소위 친문과 태극기부대, 광신기독교회와 사이비 교주 등은 그 광포함이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부끄러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최정철 /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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