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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Apr 19. 2022

늑대의 후예 진돗개

세상을 여는 잡학

미국에는 개들만 모병하여 꾸린 부대가 있다. K-9이라는 부대로 1973년 디트로이트 경찰국에서 최초로 창설한 이래 전국적으로 정착된 경찰견부대다. 미국의 개 경찰들은 엄연한 경찰로서 평소 사람 경찰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7~8년 정도 근무하고 정년퇴직하면 파트너에게 입양되어 따박따박 연금(사료) 받으며 편안하게 여생을 누린다고도 하니 웬만한 사람들 삶보다는 낫겠다 싶기도 하다. 

10년 전 미국 LA 경찰국이 진돗개를 경찰견으로 삼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진돗개가 너무 똑똑하여 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료 두어 번만 먹이면 주인 갈아치우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 다른 개들과 달리 진돗개는 자신을 처음 훈련 시킨 훈련사만 유일한 주인으로 삼아 충성을 맹세하고는 교체된 훈련사는 개 풀 쳐다보듯 하여 애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에게 주어진 훈련 프로그램을 잽싸게 해치우고는 여유 시간을 활용, 하고 싶은 짓 하며 따로 노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한다. 그렇게 노는 것을 만류할작시면, “시킨 것 다 하고 나서 좀 놀자는데, 왜?” 하는, 곱지 않은 눈길로 훈련사를 노려본다니 말 다 했다. 그 이후 LA 경찰국에서는 너무 똑똑한 개는 경찰견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선발 옵션을 신설해야만 했다나 어쨌다나.     


진돗개 기원에 대한 설이 두 가지 정도 있다. 우선 중국 전래설이다. 중국인들이야 뭐든 좋은 것 있어 저네들이 원조라고 우기지 않으면 조상 묫자리가 뒤숭숭해지는지라 여기에도 빠질 리 없다. 중국인들은 몽골 개와 송나라 개를 진돗개의 원조로 내세운다. 몽골 개는 털이 검고 길다. 덩치가 큰 티벳 사자개와 흡사하다. 송나라 개는 여우같이 뾰족한 주둥이에 넓고 긴 귀를 갖는다. 따라서 둘 다 진돗개와의 유사성은 애당초 외형만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조몬시대(縄文時代. BC 300년 이전의 석기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시바이누 개(시바견)가 원조일 수 있다는 설은 일본에서 한반도로 개가 건너왔다는 고대부터의 기록이 한일 양국에 전혀 없기에 성립되지 않는다. 문화는 높고 강한 곳으로부터 낮고 약한 곳으로 흘러드는 속성을 갖는다. 그러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기록은 쉽게 볼 수 있다. 4세기경 백제에서 왜로 건너간 선진 문물 중 개가 있었다. 9세기 초 일본의 사가 천왕 명으로 편찬된 『양응기(養鷹記)』에 이르길, “진토쿠 천왕 46년(359), 백제 사신이 매와 개를 우리나라에 가져왔다. (중략) 개를 흑반(黑斑)이라고 불렀다.”라고 했다. 여기서 흑반은 얼룩 개를 말하고. 진돗개의 원조는 따로 있다. 오래전 진돗개 유전자를 조사했더니 늑대 유전자와 매우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진돗개는 늑대의 완벽한 직계 후예라 할 것이다. 진돗개가 늑대 유전자를 흐트러짐 없이 간직한 것은 석기시대 때부터 육지와 떨어진 진도에 갇혀 살면서 품종 개량을 하지 않은 채 고유 혈통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혈통에 명석한 두뇌, 뛰어난 품성 기질까지 더해진 진돗개를 그냥 둘 리 없었는지 2005년 영국 케넬 클럽(Kennel Club)이 진돗개를 마침내 세계적 명견으로 등재하고 있다. 


진돗개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털 색깔이 아닌 형태와 특성으로 나뉜다. 우선 겹개가 있다. 겹개는 낮은 키에 몸통 앞이 굵고 뒤가 가늘다. 눈은 대체로 동그랗다. 후각이 매우 발달하여 수색이나 보초 세우는 일에 적합하다. 약간 우직한 성격을 보인다. 겹개에 비해 똑똑한 것이 홑개다. 높은 키에 굽은 등을 갖는다. 눈은 일자로 찢어진 형태다. 겹개도 사냥을 하긴 하지만 홑개가 한 수 위다. 홑개는 다리가 길고 빨리 달려서 타고난 사냥 솜씨를 발휘한다. 빨리 달리는 능력을 인정받아 조선 시대 때는 수군에 발탁되어 연락병으로 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아키다 현으로 보내져 현지 토종개와의 합작으로 일명 아키다 개를 탄생시켰다. 마지막으로 역삼각개가 있다. 겹개와 홑개 중간 정도 높이의 키에 정면에서 볼 때 몸통이 역삼각 형태로 두드러져 보이고 살구씨 모양의 눈을 가진다. 후각과 청각이 매우 뛰어나다.

한국에는 진돗개 말고도 세계적 명견이 더 있다. 세 마리만 풀어놓으면 저네들끼리 의논 나눠 호랑이도 척척 잡아 온다는 함경도 풍산개가 있고 귀신과 액운을 쫓아낸다는 경상도 삽살개, 친화력 좋고 복종심 강하며 사냥 재주도 좋은 경주 동경개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명견들을 보유한 한국인이거늘 해외 몇몇 나라들로부터 개고기 먹는 민족으로 비난받는 일이 잊힐만하면 일어나곤 한다. 

한국인의 개고기 섭취에는 이런저런 얘기가 들어있다. 옛사람들은 여름 삼복에 맞춰 개장국을 먹었다. 개고기를 먹으면 최소한 이레 동안 기운이 난다고 했으니 무더위로 양기를 쉽게 잃는 여름날에 개고기 먹는 것으로 보신한 것이다. 개고기 섭취에 아무렴 사정이 없을 리 없다. 개를 제외하고 식용으로 삼을 땅 짐승 중 사람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 곧 돼지 닭 소다. 돼지고기는 보양식으로 쳐주지 않았다. 그저 하룻밤 정도 구들 농사용 체력보강 음식으로는 쳐주었다. 닭고기는 인삼과 함께 삶아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길어야 이삼일 정도다. 반면 소고기는 뛰어난 보양식이었다. 그러나 고려나 조선 때는 소를 함부로 도축할 수 없었다. 불교국 고려는 소를 신성하게 여겼고 농업국 조선은 사람 스무 명에 해당하는 노동력을 가진 소를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도록 했다. 고려와 조선에 걸쳐 금살도감(禁殺都監) 관청이 존재했음을 보면 두 나라가 소 도축에 대한 엄금 정도가 어떠했을지 알만하다. 그런 등등의 사유로 인해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개가 보양식용으로 선호된 것이다. 또 한국 전쟁 이후 사람들이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얘기에서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굶주렸던 참담한 시대적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중국인들의 개고기 섭취 문화는 한국인의 그것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일찍이 춘추시대 월(越) 재상 범려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말하고 있음에랴. 

개고기를 먹든 벌레를 먹든 달팽이를 먹든 그것은 문화다. 민족마다 다른 문화 양상을 두고 혐오하고 비난할 바 아니다. 문화에는 각자 다름에 호불호(好不好)는 있을 수 있되 높낮이를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개고기 섭취 문화는 많이 수그러든 듯하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맹활약과 한국인의 애견 정서가 전보다 상당히 강해졌기 때문이겠다 싶다. 여기에 한국은 이제 엄연한 동물보호법 시행국가이다. 반려동물을 함부로 학대하거나 죽이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 그런 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이요 세계적 명견인 진돗개 모녀를 잘 키우겠다고 입양하자마자 잡아먹은 고약한 일이 발생했다. 어느 70대 노인이 그 짓을 한 장본인인데 결국 경찰에 붙잡혀 열흘 전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있다. 분명 보신을 위해 그랬을 것으로, 노년 세대 사람으로서 예전의 개고기 섭취 습관을 떨치지 못한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정 먹고 싶다면 곱게 보신탕집이나 찾아갈 것이지 어찌 함부로 도축하는 잔인한 짓을 벌였는가 말이다. 게다가 잘 키우겠다고 원주인을 속였으니 사악하기 짝이 없다. 늑대 후예인 진돗개 모녀가 이런 천견공노(天犬共怒)할 참변을 당하다니! 원앙생 원앙생······.                                          

                                                          

2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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