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적당히 나이가 들었다.
이제사 힘들게 내 길을 찾았고 이게 바로 인생이지 싶은데... 그 순간 내 나이가 너무 많다 느껴졌다. 이 금쪽 같은 날들을 얼마 못 느끼고 내가 가겠구나 싶었다. 비명횡사 하거나 병에 들지 않는 한, 어림잡아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이 지난 내가 살았던 날들 보다 확연히 짧아졌다.
흡사 전쟁 같았던 내 삶이 이제야 좀 평화를 좀 찾나 싶었는데 '이젠 저랑 좀 먼 길을 가야겠습니다.' 하고 검은 도포에 삿갓 쓴 얼굴 하얀 아저씨가 내 등 뒤에서 인기척을 할 판이다.
한동안 조금 우울하다 차선책으로 맑은 정신으로 아낌없이 살아보자 였다. 술을 먹으면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너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고, 숙취 덕분에 행복한 내 삶이 잠시나마 기분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참에 어차피 많이 먹지도 않았지만 술을 똑! 끊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일 분 일 초를 사는 나의 요즘. 너무! 행복해.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