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냄새는 커리가 아닌 스모그
‘키친 테이블 노블(Kitchen table novel)’이란 단어에선 아직 따끈한 빵 냄새가 났다. 아침이라면 빵 한 덩어리에 우유와 치즈를, 저녁이라면 노란 간접 조명에 디저트를 곁들인 부엌의 냄새인데, 현실적인 키친보다는 카페 테이블 노블에 어울리는 냄새를 연상하고 있는 거다.
그래도 인도 ‘키친 테이블' 에서 쓰는 '다이어리’는 커리 냄새가 날 거라 기대했는데 웬걸, 온통 매캐한 연기 냄새가 차지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컴컴한 새벽. 공항 밖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스모그 안개가 눈앞을 가리고 코를 막았다. 델리도, 바라나시도, 시체를 태우는 바라나시 강변은 그렇다 쳐도 식당과 심지어 우리 숙소 안까지 왜 그렇게 매캐한 냄새들이 가득했는지 모를 인도였다. 물론 그 당시 우리는 무한 긍정 회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팽-하면 나오는 까만 콧물도 여행자로서 기쁘게 받아들였다. 머리카락과 옷 구석구석 스며들어 샴푸로도 덮어지지 않던 연기 냄새도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러니 인도 경치 하면 연기와 안개가 먼저 생각나버리는 게 당연하다. 개중에는 로맨틱한 안개도 있었다.
1월 1일의 저녁이었다. 밤 9시 갠지스강은 종교의식인 뿌자 행사 후 사람들이 거진 다 빠져나가 휑한 분위기가 된다. 지윤 언니와 처음으로 뿌자 의식 이후 밤 산책을 나간 날이었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길을 따라 듬성듬성 주황색 가로등이 환하게 서 있고, 바닥도 모두 연회색 콘크리트 색이라 어둡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짙은 안개 덮인 하늘은 하얘 보이고, 바닥은 가로등 빛으로 노란 것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계단 아래 간신히 불씨를 유지한 모닥불 곁에는 어미 개와 강아지 몇 마리가 추위에 달달 떨며 웅크리고 허리까지 레게 머리를 땋아 내린 여행객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인도인 남자 여럿이 둘러앉아 신청곡을 요청하길래 우리도 슬며시 옆에 앉아 보냈던 밤이었다.
주황색 안개 덕분인지 한국에서는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일이 이날 밤에는 해프닝으로 미화되었다. 가령 이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한국어로 ‘마약’을 중얼거리며 우리 숙소 앞까지 따라온 남자라든가 kiss가 한국어로는 뽀뽀가 맞느냐며 따라온 남자들이 그렇다.
언니와 깔깔 웃으며 도대체 누가 마약을 한국어로 가르쳐주었을까, 그들과 마약을 한 한국인은 입국 심사대에서 걸리지 않았을까를 궁금해했던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