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닿게한 인연
12월 30일 우리로 치면 서울역인 델리역에서 바라나시행 기차를 탔다. 여전히 안개는 자욱했지만 매연 농도는 훨씬 옅었다. 수도 뉴델리보다 여행객이 더 많은 도시였다. 신성한 강 갠지스는 여행객에게도 그만큼 매력적인 곳인가보다.
갠지스 강변으로 매일 저녁 뿌자 의식을 보러 간다. 매일 하는 행사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찌감치 오후 5시부터 가서 앉아있던 날이었다. 어린 여자아이와 남자가 곁에 앉더니 말을 걸었다.
오누이였던 둘은 동생이 12살, 오빠가 32살으로 눈망울이 인도 소처럼 말똥말똥 선하여 경계심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중간중간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구간도 있었지만 즐거웠던 순간이어 모두 기록해본다.
1. 인도는 인구가 굉장히 많지만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이 많다는 것. South Korea는 rich nation이라 부럽단다.
2. 지나가던 인도인이 내 사진을 찍은 모양이다. 그런 일이 다반사라 이제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는데, 오빠 쪽이 인도인을 부르더니 사진 삭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고맙지만 나는 현지인 사진을 마음껏 찍고 SNS 올리곤 했으니 내로남불의 순간이었다.
3. 힌두어로 ‘아빠 이름은 무엇이니?’ ‘엄마 이름은 무엇이니?’ 등을 가르쳐 주었는데 서로의 발음이 너무 웃겨서 셋이서 한참 웃었다.
게다가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가르쳐주는 힌디어가 부모님 성함 질문이라니, 우리네보다 사적인 질문이 일상적인 문화인가? 부모님은 무얼 하시니, 란 한국적인 질문은 인도에 비해 너무 사소할지도 모르겠다.
4. 인도인답게 나에게 결혼했는지도 물어봤다. 흑심은 없다. 그냥 낯선 사람 모두에게 하는 인도 스몰톡.
5. 친절하고 신사적인 인도 남자들은 악수를 먼저 청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이 사람 역시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면서 악수를 청하지 않았다.
하필 오늘 우리 기차표 좌석을 바꾸러 가는 날이었고 급하게 일어나느라 채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기차표를 사고 쇼핑을 하는데 누군가 힌디어로 또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니 그 오누이가 아닌가! 인도 신들이 우리를 이어준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