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씨 무한 리필 할아버지
뱃사공 Siba는 힌두교 최고신 시바신에서 따온 신성한 이름이었지만 ‘신’자를 빼버리자 한국인이 부르기 영 껄끄러운 발음이 되었다.
뱃놀이 값으로 시바가 150루피를 부른다. 우리가 100루피, 시바가 다시 120을 외치는 내내 주변 뱃사공들이 우릴 둥글게 둘러싸고 우리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150에선 고개를 가로젓고, 120에서도 고개를 가로저어주었다. 그들을 믿고 열심히 100까지 깎자 환호성이 울렸다.
어느 오후는 갠지스강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Siba가 배 위에서 날 향해 인사를 건내자 꽃과 엽서를 든 초등학생 남짓한 여자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20장들이 엽서 한 묶음에 5루피이다. 매우 조잡한 사진 뭉치라 동정심에 한 묶음 산 후 바로 버릴 그런 물건이었다. 향료와 다른 물건을 바구니에서 열심히 꺼내는 모습이 귀여워 물건을 주지 않아도 되니 5루피를 받아 달라고 건냈다.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no free money 라며 절대 공돈을 받지 않아 내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어린 아이들 하나 하나 가족 생계를 진 필사적인 노동에 내가 동정을 꺼낸 거다.
이후 아이들은 더 이상 나에게 물건을 팔지 않았다. 대신 옆에 앉아 조잘 조잘 자기들 이야기를 하며 쉬다 떠나곤 했는데, 하루는 헤나 대신 선물을 준다며 내 손바닥에 별, 달, 해, 자기 이름을 사인펜으로 그려놓고 떠났다.
인도식 요거트가게 '블루라씨'는 인도 속 작은 한국이었다. 한국 가이드북에 소개되면서 손님의 95퍼센트가 한국인이라 개미굴처럼 복잡한 골목 어딘가에 위치했음에도 대충 앞에 보이는 한국인들의 행렬만 따라가다 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게.
유약 없이 초벌만 한 퍽퍽한 황색 도자기 그릇에 라씨를 그득 담아주고 다 먹은 그릇은 그냥 깨어버리면 된다. 자주 발도장을 찍는 나한텐 외상으로도 라씨를 내어줬던 맘씨 좋은 할아버지 사장님.
어느 날은 손님이 나 포함 3명밖에 없었다. 다 먹어가면 더 부어주시고, 또 먹어가면 더 부어주시는 바람에 그냥 할아버지네 놀러 온 셈 치기로 했다. 입구 문턱에 걸쳐 앉아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여기 라씨 맛있다고 홍보도 하다 보니 라씨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 날 저녁은 spicy bite에 한 번 더 들러 양념치킨 맛 커리를 먹으려고 했는데. 할아버지 집에 다녀온 날은 항상 이렇게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