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발견기

달리는 델리 버스에서 뛰어내리기

by 도가경


인도에서 귀소본능이 생겨버렸다.

인도 수도 델리의 최대 번화가 - 코넛 플레이스에서 맥도날드며 KFC등 커리 대신 한국 마냥 프랜차이즈점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하얀 건물들이 동그란 공원을 감싼 형태의 코넛 플레이스는 우리가 지나온 바라나시, 오르차, 아그라와는 아예 달랐다.

가게마다 도어맨이 있고 모두 청바지나 원피스, 정장 차림이라 펄럭거리는 내 알라다 바지가 머쓱하다. Guess 같은 곳에서 청바지라도 사 입을까 싶었지만 이곳의 바지 길이는 비현실적이었다(평균 한국인 기준으로).

한국과 같은 허리사이즈라도 과장 없이 세 뼘은 더 긴 바지들을 여럿 입어보고 나서야 인도에서 내가 살 수 있는 바지는 알라딘 바지뿐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맥도날드 발견은 극적이었다.

허름한 여행자 거리에서 코넛플레이스까지 버스를 탔다. 앞 문을 연 채 현지인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가는 버스도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버스는 한국 저상버스 못지않게 규모도 크고 창문도 큼지막하게 나 있어 여행으로 누리기에 괜찮았다.

다만 안내 방송이 없고, 사람 적게 내리는 역은 정차하는 대신 속도를 낮춰 주는게 버스 기사님 배려의 최대치였기에, 느려지는 속도에 맞춰 요령껏 뛰어내리는 기술이 필요한 그런 버스였다.

무릎 약한 사람은 어떻게 버티는건지 약한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릴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 황 씨와 나는 각자 다른 역에 뛰어 내렸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 중간지점으로 가는 길, 그 길 위에 맥도날드가 익숙하지만 반가운 노란색 M 로고를 빛내고 있었다.


인도 맥도날드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없다. 대신 ‘선데이 브라우니 초코’라는 엄청난 메뉴가 있었는데, 꾸덕한 브라우니 한 조각을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주는 것에 반해 델리 있는 내내 먹었다.

그러나 이 호사는 코넛 플레이스를 벗어나는 순간 끝나는 허상이었다.


코넛 플레이스에서 앞으로걸어오다보면 뉴델리 기차역이 나오고, 뉴델리 기차역 바로 건너편 제법 큰 대로가 여행자 거리 시작점이다. 분명 공원에서 맥도날드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본 하늘은 푸르렀는데 걸어서 30분 남짓 떨어진 숙소 거리 입구는 건물부터 하늘부터 잿빛이다.


창문과 출입문조차 제대로 달리지 않은 건물들이 거리를 채웠다. 게스와 나이키 대신 우리가 신나게 흥정하며 산 알라딘 바지와 싸구려 슬리퍼가 나부낀다. 숙소 사환과 가게 종업원은 대게 10대 또는 우리 또래의 20대 청년들이다.

여행자거리를 걸을때마다 따라오는 어색한 한국어, 누나 어디가요~ 같이가요~는 경계선이라도 있는 듯 맞은편 기차역까지 넘어온 적 없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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