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언니들

인도 옥상에서 백숙 삶아 먹기

by 도가경


호칭에는 힘이 있어 전래동화에도 백정놈아 하고 부르는 손님에게는 정량의 고기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손님에게는 고깃덩어리를 큼지막하게 썰어주곤 했단 이야기가 있지 않나.

이유 없이 '언니'나 '형'을 좋아해 어릴적엔 나이 차이 나는 언니가 그려주는 그림을 좋아 고이 접어 간직하고, 동네 아이들이 부모님보다 언니 형들 말을 곧잘 따르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었다.


우다이뿌르에서 한국인 언니 둘을 만났다. 원래는 일주일 계획으로 온 도시였지만 언니들과 시간을 보내다 정신 차려보니 12일이 훌쩍 지나있었다.


S언니는 30대에 꽁지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묶은 것이 유독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인도에서 산 알라딘 바지와 티셔츠,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내 것 같은 쪼리 슬리퍼가 아니었다. 알라딘 신발처럼 앞코가 뾰족하고 화려한 갈색 천이 덧대어진 가죽 신발로, 빈티지하게 물이 빠진 붉은색 인도 바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M 언니는 배낭여행의 결정체였다. 헤나 겸 그림 가게를 하는 소니네와 오래된 사이라 소니네 옥상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라볶이와 백숙을 만들어 판매한다. 직접 담근 김치까지 내어주는 것이 굉장히 그럴듯한 한국식 상차림이었다.

인도 라면은 조금만 방심해도 푹 퍼지기 일쑤인데 적당한 정도로 삶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아는 언니였다.

어느 날은 소니네 옥상에서 한국인끼리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우리만 놀았지 M 언니는 낮에는 오이로 소박이를 담그고, 저녁에는 요리를 하느라 바쁘다.


날은 시장에 나온 파가 싱싱했다며 짜빠띠 가루와 섞어 파전까지 만들어 주었다. 한국 밀가루보다 훨씬 파삭파삭한 맛에 구워 오는 족족 맨손으로 찢어 먹기 바쁘게 밤을 보냈다.

언니의 또 다른 특식은 스윗 짜빠띠. 짜빠띠 가루에 설탕을 듬뿍 넣어 과자처럼 달달하게 구워준다.

옥상에서 별구경 하며 따뜻한 짜이와 곁들이던 간식과 언니들의 수다.

다 같이 파데사가르 호숫가로 소풍갈때면 신난다.

젊은 현지인 커플과 대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이는 장소여서 굉장히 활기차다. 언니들이 이끌어 준 카페 시그니처 메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띄워 주는 커피. 한국 아포카도보다 달달하게 어우러지는 그 커피맛을 잊을 수 없다.


인도식 정식 상차림을 탈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식처럼 밥과 커리, 짜빠띠 한 조각에 반찬으로 보이는 절임 몇 종류가 담겨 나온다. 소풍 가기 전 점심으로 M 언니는 탈리 그릇에 한식을 담아 한국식 탈리를 선보였다.

밥, 계란찜, 감자채볶음, 오이김치에 라면국물까지. S언니의 매력 있는 리액션은 요리하는 M 언니의 흥을 더 돋우고 부지런히 맨손으로 밥 퍼먹던 나와 황씨도 덩달아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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