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처럼 둥근 하늘과 납작한 땅, 낙타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땅은 납작한 네모 모양이지만 하늘은 둥글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댔다.
고대인들의 상상력은 다양해서 네모난 땅 모서리마다 기둥이 있고, 반구 모양의 하늘을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또는 모서리마다 거대한 코끼리가 서 있고, 코끼리가 반구 모양의 하늘을 이고 지고 있다.
‘톰 소여의 아프리카 모험’에서도 하늘이 둥글다는게 명확히 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과학 상식을 미신으로 취급하던 허클베리 핀이 하늘 높이 올라간 열기구에서 마침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대충 깨닫는 부분이다.
-도시는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멀어져갔다. 집들이 점점 더 작게보였다. 도시도 점점 더 촘촘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곧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더 이상 도시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차츰차츰 땅은 커다란 공이 되었다. 둥글고 흐릿한 색깔을 지닌 공 말이다. 더글라스 아주머니는 항상 나에게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고 말해왔지만 나는 그녀가 말하는 수많은 미신들을 한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이 세상은 분명히 접시 모양의 평평한 땅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삽화인들은 마크트웨인 소설 톰 소여 보다 훨씬 더 고대였을 건데 어떻게 하늘이 둥글단걸 알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10년동안 궁금했던 그 질문이 풀린 사막의 밤이었다.
우리는 사막에서 1박을 보내지 않고, 석양까지 본 후 낙타를 타고 깜깜한 사막을 다시 가로질러 성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택했다.
별 가득한 사막에서 2m에 달하는 낙타 위에 올랐다. 그 순간 우리눈 앞에 펼쳐진 지구는 정말이지 땅은 네모낳고 하늘은 둥글었다.
건물과 나무 하나 없이 360도로 탁 트인 평평한 황무지를 동그란 하늘이 딱 맞게 덮고 있었다.
하늘 안쪽은 은하수가 사방에 흩뿌려진 듯 반짝이는 뭇별로 가득하다. 사막 자체가 거대한 스노우볼이고, 수많은 별이 스노우볼의 눈처럼 내려오고, 우리는 그곳에 갇힌 조형물이 되었다.
낙타 두 마리와 우리 두 명, 길잡이 한 명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여정이었다. 모든 길이 똑같아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도 모를 그곳에서 길잡이는 별을 나침반 삼아 낙타보다 앞서 걸었다.
내가 옛날 옛적 자이살메르 사람이었다면 납작한 땅 끝자락에 키가 20미터쯤 되는 낙타를 세우고, 낙타 머리로 스노우볼 모양의 하늘을 떠받치도록 세상을 그렸을거다.
더운 계절이 오면 지금 내 머리 위의 별이 저 다른 곳에서 반짝인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 거대한 낙타가 아주 천천히 땅 모서리를 따라 걷는 장면도 상상할 수 있었을 거다.
아침과 밤의 교대는, 힌두교의 어느 신 중 하나가 이른 아침 몰래 별을 걷어갔다가, 저녁이면 별을 다시 거는 장면을 숨기기 위해 화려한 노을로 사람을 혼을 빼놓는 장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