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팝펑크의 인기
팝펑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앞서 컨트롤 매거진에서도 이에 대한 칼럼(관련 기사: 다시 핫해진 POP PUNK에 대해 알아보자)을 다룬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 기세가 더 거세진 분위기이다. 일례로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와 파라모어(Paramore)를 헤드라이너로 앞세운 이모-팝펑크 페스티벌인 'When We Were Young Festival'은 당초 10월 22일 1회 공연으로 계획됐지만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고, 주최 측은 일주일만에 23일과 29일 동일 라인업의 추가공연을 발표했다. 또 해당 페스티벌 관련 소식은 '빌보드 트렌딩' 1위에 올랐으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빌보드는 'The Pop-Punk Resurgence'(팝 펑크의 부활)이라는 특집을 내놓기도 했다. 단순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페스티벌이기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아니다. 'When We Were Young Festival'은 이미 2017년에 1회 공연이 개최됐고 이번이 두 번째 개최이지만, 첫 개최 당시에는 마니아를 위한 소규모 공연에 불과했다.
K-POP도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K-POP에서도 팝펑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0X1=LOVESONG'과 'LO$ER=LO♡ER'으로 팝펑크를 시도한데 이어 아이즈원 출신의 최예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벤치마킹한게 분명해보이는) 팝 펑크 장르의 곡 'Smiley'로 솔로 데뷔를 했고, 태연 역시 정규 3집의 선공개곡 'Can't Control Myself'로 팝 펑크를 선보였다. (이쪽은 에이브릴 라빈 느낌이다) (실제로 지난해 태연은 '놀라운 토요일'에 에이브릴 라빈 스타일로 꾸미고 나와 'Sk8er Boi' 한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K팝씬에서, 그것도 메이저급 가수들이 계속해서 팝 펑크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는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빌보드가 분석한 팝 펑크의 인기 이유
빌보드에서는 팝펑크의 인기 요인으로 세가지를 꼽았는데,
에너지 넘치는 라이브
감성적인 가사
신선한 기타사운드
가 그것이다. 사실 1번과 3번은 꼭 팝 펑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락 장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두 번째 이유인 감성적인 가사는 팝 펑크보다 형제격인 이모(emo) 계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긴하다. 하지만 팝 펑크는 위 세 가지 특징을 모두 지닌 장르이기에 요즘 세대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공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시대적인 상황도 작용했다. 7, 80년대 활약한 영국의 펑크 뮤지션 빌리 아이돌(Billy Idol)은 한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는데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수를 했다"라고 말했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영국은 극심한 경제 침체와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Z세대들은 또다시 극심한 취업난과 갖가지 사회갈등 속에서 살고 있으며, 심지어 코로나19라는 팬더믹 사태까지 겪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펑크 음악이 인기를 얻는 건 이미 역사가 한 차례 증명했다.
패션계도 펑크를 주목
K팝 스타돌이 락 밴드의 로고나 앨범 커버를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건 종종 있던 일이다. 블랙핑크의 리사는 자신의 솔로 데뷔곡 'LALISA'의 뮤직비디오에 영국의 메탈밴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이미지가 프린팅된 투피스를 입고 등장했고, 에스파의 지젤은 2021 AAA 시상식에서 미국의 포스트 펑크록 밴드 텔레비전(Television)의 '마퀴 문'(Marquee Moon) 커버 아트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패션계에서는 본격적으로 '락 패션'을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이자벨 마랑 옴므는 최근 2022 FW 컬렉션에서 너바나(Nirva)의 보컬이자 '그런지룩'의 원조인 커트 코베인(흔히 얼터너티브락, 그런지락이라고 하지만 너바나의 뿌리는 결국 펑크다)에게 영감을 받은 레이어드 패션을 선보였다.
다시 펑크와 락의 시대가 도래했는가?
사실 팝 펑크가 인기라고 하지만 차트상에서 뚜렷하게 높은 성적을 거둔 뮤지션은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나 머신건켈리(Machine Gun Kelly) 등 일부에 국한되고 있긴 하다. 비록 아직은 팝 펑크와 락이 메이저 음악시장을 휩쓰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행은 돌고 돌며, 또 장르를 선도하는 아이콘의 등장에 누구보다 큰 환호를 보내는 곳이 음악 시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가요계에서도 이미 죽은 장르로 여겼던 트로트가 송가인, 임영웅의 등장으로 되살아나지 않았나.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