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왜 이렇게 시위가 많을까 (일상-4)

by 프랑스 읽어보기



미디어 속 프랑스를 떠올리면, 종종 시위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격렬하고 때로는 충돌이 동반되는 시위 모습은 한국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된다. 한국 역시 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시위가 많은 나라’인데, 프랑스는 그보다 더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자주, 그리고 강하게 거리로 나올까.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사회가 격변과 갈등을 겪으며 대규모 시위가 집중 조명되었지만,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하나의 문화에 가깝다.






1. 긴 투쟁의 역사


‘권력은 거리에서 도전받아 왔다’


프랑스 대혁명부터 1968년 5월 혁명,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노란조끼 시위까지, 프랑스의 역사에는 권력에 맞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프랑스 대혁명은 권력이 시민에 의해 거리에서 전복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남겼고, 68혁명은 학생과 노동자가 연대해 기존의 사회 질서 자체를 흔들며 현대 프랑스 사회의 기반을 만들었다. 노란조끼 시위 역시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거리에서 집단적으로 표출된 사례였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프랑스에서 시위는, 기존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이를 압박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정당한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2.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침묵하지 않는 시민’


프랑스 사회에서 부당한 권력 앞에 침묵하는 태도는, 중립이라기보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상태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개인의 자율성과 비판할 권리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다.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지 않거나, 필요하다면 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태도로 보이기도 한다. 말하지 않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3. 권리는 지켜내는 것이다


‘양보가 아닌 방어’


프랑스인들에게 권리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만들어 왔고, 계속해서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권력 앞에 침묵하면, 결국 더 많은 것을 빼앗길 수 있다고 믿는다. 노동권, 연금, 표현의 자유 같은 권리들은 양보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방어해야 할 가치로 여겨진다. 그래서 시위는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선택이 된다.




4. 왜 맞서 투쟁하는가


‘합의에 앞서 투쟁’


프랑스 사회에는 권력은 스스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시민의 압박이 없으면 권력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본다. 조용한 대화와 합의 요청은, 아직 급하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시위는 사안을 더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서 합의란,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가 권력이 시민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태에서의 합의는 형식적인 동의에 그칠 수 있다고 여긴다. 필요하다면 거리에서 시민의 힘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다시 협상의 테이블로 돌아가 실질적인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국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국가는 시민의 편이 아닐 수도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에서 갈등은 비정상이 아니다. 오히려 침묵이 비정상에 가깝다. 시위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정치 참여의 하나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프랑스에서 시위는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시민이 권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적 언어다.


프랑스의 시위 문화는 종종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러운 사회’라는 이미지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민 의식과 갈등 구조는, 프랑스의 경제와 정책 결정, 그리고 성장 방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프랑스는 왜 이렇게 경제를 운영하는가를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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