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반사

아빠와의 관계

by 지금은

심리학 용어 중 감정반사가 있다. 누군가 어떤 감정이 들 때 미처 생각으로 정리되기 전에 행동이 툭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누가 내 감정을 건드릴 때 뜻하지 않게 툭 내뱉는 비수 꽂힌 말과 행동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치고 싶어도 반사반응처럼 튀어나오는, 내 의지로 컨트롤하기 매우 어려운 이 감정 반사 행동에 때때로 무릎을 꿇고 마는 나다.


오늘이 그런 하루였다. 대상은 정해져 있다. 난 평소 대체로(?) 친구들하고도, 내담자들하고 잘 지내고 인간관계가 원만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아빠다. 어릴 때부터 술 마시고 취한 아빠와 늘 맞짱을 떠서 이제는 도어록 소리만 듣고도 아빠의 주취 여부와 강도를 판단하는 초능력이 생겼다. 아빠와의 좋은 추억들도 있고 아빠가 표현이 매우 부족해서 그렇지 날 사랑한다는 것도 알긴 안다. 그래서 아빠를 보면 절대로 좋을 수 없고 그렇다고 죽도록 미워만 할 수도 없는 양가감정이 있다.


오늘도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갑작스럽게 휴대폰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시키는 연락이었다. 방법을 알려주고 나 역시 당장 해야 할 것이 있어 급하게 끊으려는데 다시금 대신해달라는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되돌아와서 나 역시 퉁명스럽게, 감정반사행동으로 툭 끊었다. 급한 와중에 일처리는 간단히 끝냈으나 오후 내내 미움으로 가득 찬 마음에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이럴 일은 아닌데, 아빠 하고만 얽히면 이렇게 되니까. 우리는 인생을 통틀어 많이 싸웠고 제대로 화해한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서로 얼굴을 보면 채 낫지 않은 상처들이 계속 떠오르는 느낌이다.


싸움의 좋은 마무리, 굿 엔딩은 정말로 정말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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