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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명작가 Jan 13. 2024

놓지 않았던 나의 꿈 (6-2)

독서 모임 인도자 

유학의 삶에서 이민의 삶으로 옮긴 후 미국 삶은 살아간 세월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견디던 시간이었다. 치열한 생존의 삶을 사는 동안에도 매주 수요일에는 주제를 달리하는 집단 상담 모임을 봄과 가을 10주 과정으로 열었다. 주변 지인들의 요청으로 무료로 매번 다른 강좌를 열었는데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이 늘 10여 명 남짓 모였다. 


상담 공부할 때 미국 유학 올 때 받은 여러 은인들의 도움을 나는 그렇게 갚고 있었다. 제일 먼저 학위 논문의 이론으로 만든 12주 프로그램 성경적 상담 교실을 열었다. 나를 알던 지인의 요청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싶다고 했다. 10여 년 동안 매 학기 다른 주제로 접근했다. 부모 교실, 대화 교실, 재정 교실을 열었다.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 도와주고 싶었다.


독서 모임 인도자로 부르심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지 두 달. 코비드 19는 여전히 삶을 뒤집고 있었다. 2021년 딸은 대학 졸업반이었다. 2022년부터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딸은 마지막 2달 캠퍼스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미 미시간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집을 얻어 살던 아들도 만날 겸 미시간에 함께 갔다.


온 가족이 호텔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차 전화가 왔다. 상담 센터에서 일하던 조카였다. 상담 센터에서 독서 모임을 인도할 인도자를 찾는데 해 볼 생각이 없냐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적임자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생각을 좀 해 보겠노라며 통화를 마쳤다.


그 상당 센터에서 Just Show Up 단체에서 독서 운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은 상황이었다. 지원금은 받았는데 독서 모임 사업을 못 하던 중이었다. 사업 실행 결과가 없으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여서 급하게 진행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줌 수업은 일하던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1여 년 동안 지속하던 일이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요약하고 그것을 발표하기 위해 PPT를 만드는 건 내게 새로운 난제였다. 월요일 저녁 화요일 오전 두 번의 모임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일주일의 일과가 되었다. 


하필 첫 책이 난이도가 높은 책이었다. 팀 켈러의 ‘결혼을 말하다’였다.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조예가 깊은 목사님 책이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해를 넘어 책의 전체 내용과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맡았으니 내용을 3-4번 읽으며 요약하고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 질문을 만들어야 했다. 다음 주에 나눌 내용까지 미리 질문으로 만들어야 하니 읽어야 할 분량도 참석자에 비해 2배가 되었다.


PPT도 능숙하게 다루는 도구가 아니어서 쉽지 않았다. 일주일 온통 공을 들여도 맘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20여 명이 넘는 참여자들과 코로나 속 독서 모임을 잘 마무리했다. 모든 프로그램 진행과 모집이 나의 일로 할당되었다.


독서 모임 첫 번째 책 <결혼을 말하다>을 시작으로 두 번째 모임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죽음의 수용소>, <스마트한 생각들>을 읽었고, 세 번째 습관에 관한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함께 읽었다. 그리고 네 번째 상담학 관련 존 브래드쇼의 <가족>, 다섯 번째 글쓰기에 관련된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여섯 번째 <크리스천 일상 습관>까지 독서 모임을 진행하며 읽었다.


독서 모임 인도자가 이력서 첫 줄을 차지했다.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게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었다. 난 독서 모임에서 토론하지 않는다. 그동안 공부한 상담학과 연결해 내면의 변화와 삶의 변화만 나눌 수 있게 한다.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지식이 내 삶의 실천과 변화와 연결될 때만이 의미가 있는 일이다. 


상담과 독서가 결합하면서 나만의 독서 모임 틀이 정해졌다. 나의 부르심이 나의 소명이 무엇인지 독서 모임을 할 때면 느낀다. 내가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면 머잖아 내 책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소망도 생긴다. 머잖아 난 작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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