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다운(top down), 보텀업(bottom up) 유감
뜨개질 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계속 들어왔다. 그와 더불어 간혹 뜨개질을 찾는 이들도 쉽고 간단한 것에 눈길을 줄 뿐 시간 걸리고 기술을 익혀야 하는 스웨터 같은 본격적인 뜨개질 작품엔 영 관심을 두지 않는 단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뜨개질 세계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해외 사이트를 서핑하던 뜨개 러버 혹은 핸드크라프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눈에 탑다운(또는 보텀업) 풀오버가 들어온 것이다. 목부터 시작해 일체형으로 뜨는 방식이라면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뜨개질 경험이 없어도 도전해 볼만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뜨개질(입는 옷 위주에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처음 뜬 작품이 바로 탑다운 풀오버였다. 일체형으로 옷을 뜨는 방식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섬유에 특성상 옛날 뜨개질 작품이 남아 있기는 어렵다. 자연에서 얻은 울이나 면 등은 시간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뜨개질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남아 있다 그것도 성화로 말이다.
그림은 2D 비스무레 해 보이는데 성모님은 3D 보텀업으로 뜨개질을 하고 계신다. 그림이 말해 주듯이 일체형으로 뜨는 방법은 뜨개질에 원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과 바늘을 잡은 뜨개러버들은 탑다운 또는 보텀업에 열광하며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뜨개질은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뜨개질은 근대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핸드크라프트다. 서양처럼 자라면서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뜨개질을 접하는 문화는 우리에겐 흔하지 않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집 밖에 나가 뜨개질을 배워야만 한다.
지금도 검색 사이트에서 뜨개질을 검색하면 예쁜 탑다운 스웨터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뜨개 러버가 많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뜨개에 관심을 갖다 지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 나 역시 뜨개질을 시작하고 바늘과 실뭉치를 옷장에 구겨 넣는 일을 수십 번 반복했다. 이유야 재미있을 것 같고 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뜨개질을 배우고 깨달은 바 뜨개질을 하기 위해선 잘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문 도안이든 일본 도안이고 간에 뜨개질에 원칙은 비슷하다, 그저 부르는 명칭이 다르고 손짓 하나가 다를 뿐. 이즈음엔 동영상이나 서적 등을 통해 뜨개질 테크닉들은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학보다는 누군가에 지도를 받는 게 실패 없이 뜨개 작품에 완성할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 뜨개질 법을 설명하다가도 도저히 말과 그림 영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만나서 배우는 일이 어려워졌다. 굳이 전염병 핑계가 아니라도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시간을 내서 취미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옷을 뜨는 동안은 오롯이 작업에 집중해야 만한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으로부터 잠시 떠나 있을 수 있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뜨개질은 취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배우느라 좌절하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배우고 혼자 집중하는 시간엔 마음에 쉼표를 찍으면 좋겠다. 뜨개질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완성되었을 때 희열은 어떻게 말할 수가 없다.
기억을 더듬어 최근 새롭게 뜬 탑다운 풀오버다. 간단해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봄엔 코트 없이 한 장만 입어도 따뜻하고 겨울엔 코트 속에 입어도 둔해 보이지 않을 두께에 실을 선택했다.
뜨개질은 매우 비경제적이다. 실은 비싸고 노동력은 말도 안 되게 많이 든다. 그렇다고 공장에서 기계를 돌려 만든 것보다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집중해 뜨는 과정이 좋고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솔솔 불어오는 탑다운 뜨개질에 훈풍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뜨개 러버들이 좋은 뜨개질 조언자를 만나고 이 좋은 뜨개질 취미를 좌절 없이 이어갔으면 좋겠다. 탑다운은 쉽지 않다. 잘 배워야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