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뽑는 기준이 뭐야?

"진정성이 있어야지. 감동이 없다니까."

by 김영수

내 친구 중 몇몇은 대학교수다.

그들은 매년 수천 건의 수시전형 자기소개서를 심사한다.

고만고만한 건조체 수천 건을 읽는 건 정말 따분하고 고역이라고 투덜댔다.

동창회에서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수시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뽑는 기준이 뭐야?”

“(자기소개서) 척 보면 알아. 인터넷 샘플 베꼈는지, 학원 지도받았는지, 돈 좀 들인 개인 지도를 받았는지. 진정성이 있어야지. 감동이 없다니까.”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선발 기준은 결국은 문학 공모전과 다를 바 없다.

자기소개서도 한 편의 글쓰기 작품이기 때문이다.

수천, 수만의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의 눈에 띄어야 한다.

문학 공모전 문턱을 숱하게 드나들던 내가 터득한 최고의 입상 비결은 ‘감동’, 그다음이 ‘가독성’이다.

즉, 척 봤을 때, 한눈에 내용이 들어오고, 읽으면 감동이 진하게 남아야 한다.


이건 내 주관적 판단이 아니다. 자기소개서 문항에서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1. ①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②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2. ①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3. ①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①은 객관적 사실, ②는 주관적 기술,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다.

방점은 ①이 아니라, ②의 주관적 기술이라고 분명하게 찍혀있다.


정부에서 입시를 수시와 정시로 이원화한 이유가 있다.

정시는 4지 선다형 찍기다. 획일적인 지식 암기 능력자에게 유리하다. 이 문제를 보완한 전형이 수시다.

‘어떤 경험(객관적 기술)을 했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수시 전형의 핵심은 수험생의 ‘사고력’ 측정이다.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는 통찰력이다.

자기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제삼자에게 표현할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수시 전형의 취지다.


수험생들의 흔한 실수는 이렇다.

- ①의 객관적 사실(경험)을 다채롭게 혹은 특별나게 치장해서 차별화하려는 것.

①의 객관적 사실은 다른 말로 ‘스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른바 스펙인 수상실적, 어학연수, 해외봉사, 친인척의 사회적 지위 등을 쓰면 탈락이다.


A군의 첫 번째 오류는 ①의 객관적 사실이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②의 주관적 기술은 마지막 2줄에 불과하다. 이러면 땡!이다. (아래의 ‘4. 원문과 수정문’ 참조)

객관적 사실은 통찰력이 아니다. 통찰력은 ②의 주관적 기술에서 써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끼를 부려야 할 곳은 바로 ②의 주관적 기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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