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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그림자놀이

논리를 펴는 자의 마음을 간파해야

by 김영수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파리를 점령자가 다음 목표인 영국을 겨냥해 연설했다.


“나는 맹세코 영국인의 이성에 호소할 것을 나의 의무로 생각하는 바이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나는 패배하고도 무엇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자이면서도 무엇 하나 요구할 의사를 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의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믿는다. 나는 그 희생자가 될 사람들을 충심으로 동정하는 바이며, 가능한 한 그들을 구제하고자 한다.”

15-논리.jpg <파리를 점령한 히틀러, 에펠탑 앞에서>

점령자로서 관용이 넘쳐나고 다음 점령지인 영국의 항복을 겸손하고 인자하게 권하고 있다. 이 명 연설자는 다름 아닌 아돌프 히틀러다.


- 전쟁이 시작되면 정의보다는 승리가 우선이다.

- 대중은 이해력이 부족하고 잘 잊어버린다.


이런 통찰력 깊은 명언을 남긴 인물이 역사상 최고의 살인마라니....

말하고 싶은 바는, ‘논리가 곧 정의’가 아니란 것.


-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푸르른 것은 생명의 황금 나무다.(괴테)


나는 ‘이론’에 더해 ‘논리’란 단어도 추가하고 싶다.

모든 논리는 회색이다!

논리 그 자체가 선이나 악이 아니다. 논리는 실체 그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자의 가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흑도 백도 아닌 회색이다.

미디어가 신문, 방송, 인터넷, SNS로 비약적으로 발전할수록 세상이 더욱 혼탁해지는 이유도 설명된다.

15-노리2.jpg

논리의 최고 산물은 컴퓨터다. 아무리 논리적이라고 해 봐야 기계에 불과하다. 논리는 논리를 펴는 자의 그림자놀이일 뿐이다. 논리는 화자(話者) 가치관(철학)의 시녀이기 때문이다.


매체를 멍하지 응시하고 뒤적이다 보면, 나도 히틀러의 일침처럼 우매한 대중이 되어있곤 한다.


‘인간은 말한 대로 생각한다.’


대중매체, 개인 매체가 쏟아내는 논리에 속기 쉽다.

언어에 대한 각성 없이는 내 좌표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논리를 펴는 자의 마음을 간파하는 것, 가치관과 철학을 읽는 것, 이 모두 자신이 펴는 논리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발견하는 것이 글 쓰는 궁극의 도달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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