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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Oct 17. 2021

떡볶이 코트

생일 축하해~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2년 여학생에게 같은 반 남자애가 놀렸습니다.

  “야, 너 돈이 없어서 옷을 못 사 입는 거냐? 니 얼어 죽을 것 같애.”

  “뭘, 이 정도 날씨 가지고…….”

  그녀는 씩씩한 척했지만 입술은 새파랗게 얼어있었습니다. 이 혹한에 다른 아이들은 연예인들이 광고에서 입은 패딩, 후드, 야상을 입고 자랑했지만, 그녀는 줄어들고 낡은 겨울 교복 하나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혼한 아버지와 고등학생 오빠와 셋이서 살고 있는 그녀는 돈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감히 옷을 사달라는 말을 못 했습니다. 그녀의 형편을 이해하는 7명의 친구들을 위안 삼았지만, 상처를 주는 놀림에 몸보다 마음이 한층 더 추웠습니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습니다. 남들은 소고기 미역국에 생일 선물을 받고 기뻐했을 터이지만, 그녀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칼바람에 움츠리며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책상 위에 작은 케이크와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7명의 친구들이 갑자기 그녀의 주위에 몰려들어 생일 축하노래를 합창했습니다. 그녀는 얼떨떨하여 촛불을 불어 껐습니다.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 상자는 학교에서는 절대 열면 안 돼. 꼭 집에 가서 풀어봐.” 

    

  눈이 펑펑 내리는 하교 후, 집에 돌아온 그녀는 뭔가 싶어 상자를 열어봤습니다. 요즘 유행인 떡볶이 코트와 야상이 들어있었습니다. 옷 밑에는 친구들이 쓴 편지 일곱 장과 초콜릿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얼마 전, 남자애가 했던 말 들었어. 상처가 컸을 거야. 다들 만원씩 걷어서 두 개를 사봤어. 돈이 많지 않아 싼 걸로 사서 미안해. 내일은 꼭 교복 위에 입고 와.”     

  그녀는 엎드려 펑펑 울었습니다. 선물을 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얘들아, 정말 고마워.”

  답장이 왔습니다.

  “너는 충분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친구야.”

  이때 머리에 하얀 눈이 쌓인 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손에는 케이크와 목도리가 들려있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준 선물을 본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내가 그래도 니 아빤데, 친구들보다 못한 선물을 줘서 미안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온 오빠도 초콜릿을 내밀었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가족, 친구들을 선물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정말 행복해요.’

  밖에는 하얀 행복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군.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영화버킷 리스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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