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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Oct 17. 2021

딸이 싼 첫 도시락

밥도 못 먹고 일하는 우리 엄마,  이거 먹고 힘내세요.

(딸의 도시락을 처음 받은 어머니가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내 남편은 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합니다. 몇 해 전부터 점심 값도 아껴보겠다고 도시락을 싸가는 데 보통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매일 반찬을 바꿔가며 신경을 썼지만, 지쳐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냉장고에 남은 반찬으로 대충 담습니다. 

  너무 성의 없이 싸준다고 생각한 날, 남편의 어깨는 더 쳐져 보이는지.....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여야 하는데. 중학교 다니는 딸은 그나마 학교 급식으로 해결해서 천만다행입니다. 

  저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딸이 하교하면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많은 일감으로 정시 퇴근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점심을 굶고 일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9시가 다 되어있더군요.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잔 겁니다. 남편과 딸은 곯아떨어진 나를 깨우지 않고 모두 나가고 없었습니다.

  ‘남편 도시락은 어쩌지?’

  남편이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런데 부엌에 못 보던 도시락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도시락 옆에 메모지 한 장과 함께 말입니다.

  “엄마, 아빠 도시락은 내가 쌌어. 이건 엄마 꺼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나는 딸이 싸준 도시락을 공장에 가져가서 자랑스럽게 펼쳤습니다. 도시락 안에 작은 쪽지가 접혀있었습니다.     


  밥도 못 먹고 일하는 우리 엄마

  이거 먹고 힘내세요

  제가 반찬 만들 줄 아는 것도 없고 식재료도 시원치 않아 먹을 게 없지만

  맛있게 먹어주세요

  힘내세요엄마

  딸이-     


  도시락을 열어보니 밥 위에 먹다 남은 콩자반으로 하트가 수놓아 있더군요. 눈물이 핑 돌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습니다. 예쁜 마음의 딸내미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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