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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Mar 11. 2022

하을에서 온 문자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서 sns 문자가 왔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을 비롯한 승객 300여 명이 사망, 실종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졸지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참변을 당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들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사무치는 그리움에, 희생된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로 살아있을 때처럼 SNS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가 잘 있었니? 

아빠 늙어 죽어서 (저 세상에) 가거든 잊어버리면 안 돼, 응? 

아가, 할머니는 어떡하니? 너 없는 세상 뭐라고 말해야 되니. 답 좀 해다오. 아가 OO아. 

사랑해.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해. 알지 아가야. 점심이랑 잘 먹고 친구들과 잘 지내렴 응. 그럼 담에 또 이야기하자, 아가.』     


  아버지는 대답 없는 메시지를 또 보냈습니다.  

   

『하늘에 별이 된 내 사랑 OO아,

저녁 먹었니?』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답장이 온 겁니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그리고 전 정말 괜찮으니까 천천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다가 오세요! 

사랑해요.♡』     


  아버지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내 자식이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서 살아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고 환청이 들렸습니다. 아버지는 몇 번이고 메시지를 보내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우연히 희생된 아들의 전화번호로 개통했던 것입니다.   

  

『이제 알겠어요. 제 아기 폰 번호를 쓰시는군요.

행여 번호가 세월호로 희생된 애기 거라고 기분 나쁘진 않으신 것 같아서 감사드려요.

뒤 번호 0000은 제 아기 생일이에요. 제 아기가 직접 선택했죠.

어디 사시는 분인지 몰라도 오래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그랬군요. 저한테도 0000가 조금 특별한 날이라서 번호를 맞추려고 했는데 

우연히 이 번호 하나밖에 남은 게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불편하지 않으니 아이 생각나실 때마다 이 번호로 메시지 주셔도 괜찮습니다.

올 한 해 정말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분들의 SNS 메시지 캡처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었고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심장이 총알로 뚫렸을 때아니불치병에 걸렸을 때아니맹독 버섯 수프를 마셨을 때아니... 사람들에게서 잊혔을 때야.”

                 영화‘원피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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