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린 채, 검은 시야 속에서
상처받은 척 숨을 고른다.
곁눈질로 무대를 슬쩍 훑고,
빛 속에서 꼭두각시들이
서툴게 몸을 흔든다.
누가 이 서툰 연극에 넘어갈까?
내 손끝의 실에 매달린 그들이
내가 써준 대사를
더듬거리며 내뱉기를 기다린다.
조명이 비추면,
나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다.
뒤에서 웃는,
실을 당기는 감독일 뿐.
그들이 나의 손끝에 맞춰
헛되이 춤을 출 때,
나는 그들의 몸부림을
위에서 무심히 내려다본다.
결말은 처음부터 내 손안에 있다.
막을 내리는 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