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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Sep 05. 2024

검은 시야의 감독

엎드린 채, 검은 시야 속에서

상처받은 척 숨을 고른다.

곁눈질로 무대를 슬쩍 훑고,

빛 속에서 꼭두각시들이

서툴게 몸을 흔든다.

누가 이 서툰 연극에 넘어갈까?

내 손끝의 실에 매달린 그들이

내가 써준 대사를

더듬거리며 내뱉기를 기다린다.


조명이 비추면,

나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다.

뒤에서 웃는,

실을 당기는 감독일 뿐.


그들이 나의 손끝에 맞춰

헛되이 춤을 출 때,

나는 그들의 몸부림을

위에서 무심히 내려다본다.

결말은 처음부터 내 손안에 있다.

막을 내리는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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