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여름
갈증
오순찬
태양은 목줄을 놓친 짐승
헐떡거리며 거리를 핥고
창 너머 열기는 지붕을 태운다
손끝에 닿은
허옇게 김 서린 유리잔
거품이 살짝 넘쳐 흐른다
입안 가득
저물녘 바람처럼 스며들고
혀끝엔
묵은 갈증이 풀려간다
속이란 속 먼지 털 듯
시원한 웃음으로 바꿔 마시고
더위의 어깨를 툭툭ㅡ
농담처럼 털어낸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들이키고
달빛같이 가볍게 웃는다
빈 잔 속에도
시원한 여운이 남아 있다
낡은 기억과 무심한 풍경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글을 사랑합니다. 느리지만 정직한 글로, 마음 곁에 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