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시가 피어난다
소나기 한 편
담월
쏴~ 쏴~
창가에
굵은 빗방울이 잔디 위로 쏟아지고
붉은 꽃잎이 사르르 떨린다.
젖은 향이 의자 틈새로 스며들고
식어가는 찻잔에 여운이 맺힌다.
바람은 물기 어린 향기를
등에 지고 바쁘게 지나간다.
보이지 않는 파문이
실금으로 번지고
풍경은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식어간다.
세상의 소음은 안개 속에 잠기고
푸른 잔디 위로 내리는 빗줄기
힘차게 글자를 수 놓는다.
종이도 잉크도 없이
한 줄의 시(詩)가 피어난다.
기다림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늘 아래 번진다.
덧없이 젖어드는 오후
잠깐의 슬픔도
오래된 평화도
한 방향으로 녹아든다.
멈춘 시간의 끝자락
잊힌 장면들이
눈물 되어 벽을 타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