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는 오래 비어 있었다.

by 사이

초등학교 때 우리는 교실 앞뒤에 앉아서 수다를 떨었고, 같이 급식을 먹었다. 네 필통에서 떨어진 스티커를 나는 내 공책에 붙였다. 장난처럼 사귄 척을 한 적이 있었지만, 사춘기가 지나면서 그냥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 후로 우리는 서로의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다.


대학생이 된 뒤, 동창 단톡이 다시 살아났다. 시험 끝난 주말마다 누군가가 자리를 만들었다. 단톡 사진 폴더에는 치킨 뼈와 종이컵, 손가락 브이와 흔들린 조명이 겹쳐 있었다. 그날도 알림이 몇 번 울린 뒤, 우리가 모였다.


모임장소는 유리창이 큰 호프집이었다. 테이블 위 물잔 아래로 둥근 물 자국이 퍼졌다. 옆자리부터 치킨이 나왔고, 누군가는 군대 이야기를, 누군가는 취업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검증하듯 떠들어댔다.

문이 열릴 때마다 겨울 공기가 한 번씩 들어왔다. 너는 조금 늦게 왔다. 먼저 네 그림자가, 그다음에 네가 보였다. 뒤로 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밝은 색 코트를 입었고, 흰 셔츠의 칼라 끝이 아주 살짝 접혀있었다.


“얘, 내 남친.”


너는 가볍게 말했다.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나는 맞닿은 손을 테이블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는 테이블을 돌며 잔을 부딪쳤다. 잔을 부딪힐 때마다 잔 입구의 거품이 기울어졌다. 그가 내게도 잔을 내밀었다. 나는 “반갑습니다”라고 말했고, 그는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자리의 중심은 금방 그에게로 갔다. 학과 이야기, 동아리, 사는 동네, 어떻게 만났는지. 그는 성실하게 대답했고, 너는 옆에서 “그건 좀 귀찮았지” 같은 부연을 웃으며 붙였다. 내 질문 하나가 끼었다.

“처음 서로 만난 곳이 어디였어요?”

“도서관요.”

그가 말했다.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비 온다고 우산 찾으러 왔잖아”

너의 말. 그가 사람 좋게 웃으며 소매 끝을 한번 쓸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찍자고 해서 모두 한쪽을 바라봤다. 누군가가 휴대폰 카메라를 켰고, 다른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고쳤다. 친구들끼리 찍으라며 그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모이라는 그의 말에 너는 내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고 나는 어깨를 조금 뒤로 뺐다. “하나, 둘, 셋.”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한 번 탭 했다.

화장실에 간다던 그가 돌아왔고, 계산서를 집었다.

“오늘은 제가 낼게요.”

모두가 손사래를 쳤다. 너는 “괜찮아?” 하고 물었고, 그는 “응”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형님!”이라고 말했고, 웃음이 한번 돌았다.


모임을 마치고 횡단보도 앞. 신호가 바뀌기 직전 너와 그는 앞줄에 섰다. 나는 두 번째 줄 사람들 틈에 섰다. 바람이 불어와 네 머리카락 한 가닥이 코트 단추에 걸려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려다 멈췄다.


“조심히 들어가.”

나는 말했다.

“응, 너도.”

네가 답했다. 그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집에 오는 길, 단톡방에 단체사진이 올라왔다. 네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난 사진 밑에 ‘오늘 재미있었어’라고 썼다. 문장을 한 번 더 읽어봤다.

마침표를 찍었다가 지웠다. 결국 문장도 지웠다.

화면에는 다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리 사이는 너무 오래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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