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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Dec 19. 2023

소박한 즐거움

프랑켄슈타인과 챗지피티에서 찾는 쉼의 의미

 

<프랑켄슈타인> 첫 번째 이야기 묶음, volume 1 후반부에 소박한 즐거움에 대한 말이 나온다.

 

If the study to which you apply yourself has a tendency to weaken your affections, and to destroy your taste for those simple pleasures in which no alloy can possibly mix, then that study is certainly unlawful, that is to say, not befitting the human mind.


p.56 <Frankenstein> Mary Shelly,

Penguin (1831)



프랑켄슈타인이 독일로 유학 가서 전념한 연구는 생명체를 만들어 생기를 불어넣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식음전폐하고, 친구도 가족도 차단한 채 몰입했다. 그 몰입의 경험이 부럽기도 하건만, 그는 훗날 이를 회상하며 저렇게 말했다. 소박한 즐거움을 훼방하는 연구라면, 그것은 인간 심성에 맞지 않는 것. 그 소박한 즐거움은 연금술로도 합성할 수 없는 것이란다.

 


내가 몰입하는 것? 나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세우는 위대한 목표? 지금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의 소박한 즐거움이 뭔지는 알 것 같다. 하루 마무리하며 누군가의 이야기 읽기, 아이랑 허그. 걷거나 드라이브하며 음악 듣기. 구름 바라보기. 조금 끄적여보기. 확실히 이런 것들엔 생기가 돈다.

 


소박한 즐거움(simple pleasure),

그리고 괴로울 정도의 몰입 혹은

욕망(passion)과 성취.

 


프랑켄슈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소박한 즐거움에 무게를 두라는 것인데. 그래도.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그래도. 구름멍 때리며 인생을 전부 보내기엔 좀 아쉽지 않나. 그러면. 편안하기야 하겠지만, 누군가 나의 죽음 앞에서 넌 유죄라 선언할 것만 같다. 영화 빠삐용에서처럼. '인생을 낭비한 죄'.


이번에도 그놈의 균형이 열쇠겠지 뭐. 육아에도, 업무에도, 휴식에도, 빠지지 않는 그놈의 밸런스.



함께 읽는 톡방에서 샘 알트먼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챗 지피티를 탄생시킨 회사 open ai의 ceo가 과몰입으로 이사회에서 내치려 하자, ms에 가려다 다시 돌아온 최근의 에피소드. 결국 open ai의 이사회가 교체되었단다. 프랑켄슈타인과 샘 알트먼, 비슷하고 다르다.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체를 만들고 괴로워하고 무책임하게도 도망갔다. 샘 알트먼은 챗 지피티를 만들고 감탄하고 놀라워하며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샘 알트먼도 나중에 괴로워하며 도망칠까? 샘 알트먼은 자신의 창조 메모를(소스를) 이미 공개했으므로 챗 지피티의 친구까지 만들어준 걸까. 샘 알트먼의 소박한 즐거움은 뭘까.

 


 If this rule were always obsereved: if no man allowed any pursuit whatsoever to interfere with the tranquillity of his domestic affections, Greece had not been enlsaved; Caesar would have spared his country; America would have been discovered more gradually; and the empires of Mexico and Peru not been destroyed.


p.56 <Frankenstein>
Mary Shelly, Penguin


이 법칙이 항상 준수되었다면, 그리하여 어느 한 사람도 가족의 애정이 주는 평온을 깨뜨리는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는 노예국가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나라를 삼키겠다는 야욕을 갖지 않았을 것이요, 아메리카는 좀 더 서서히 발견되어 멕시코와 페루 제국은 파멸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p.69 <프랑켄슈타인> 메리 쉘리, 문학동네




simple pleasures in which no alloy can possibly mix


It was on a dreary night of November.

 

11월의 어느 황량한 날 자정을 넘긴 시각, 프랑켄슈타인은 노동의 성과를 목도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만들었지만, 너무나 기괴한 모습이었다. 이런저런 시체의 부분 부분을 모아 만들었고, 그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컸다. 마침내 그가 생기를 불어넣어, 생명체가 깨어나는 순간 그는 그 끔찍함을 갑자기 깨달으며 도망친다. 욕지기가 일고, 아프기 시작한다. 그는 밤새 방황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걷고 또 걸으면서 콜리지의 시를 떠올린다.

 

 

 



마치 고독한 길을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걷는 사람처럼,

한 번 뒤돌아보고는 다시 걷고,

영영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악마가

바로 뒤에서 그를 따라 걷고 있음을 알기에.



Like one, on a lonesome road who,

Doth walk in fear and dread,

And,
having once turned round, walks on,

And turns no more his head;

Because he knows a frightful fiend

Doth close behind him tread.


콜리지 <늙은 수부의 노래> 중에서/
Coleridge’s <Ancient Mariner>






 


Friend 친구에는 있고

Fiend 악마에는 없는 것 : R

R은 혹시 Rest? 휴식 같은 것?

소박한 즐거움의 R일지도 모르겠다.



Unsplash _drz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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