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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ㅑㅇ Jan 28. 2024

생각보다 독실한

소크라테스 변론 읽기 Day 7, 8


소크라테스를 미워하는 사람은 날로 늘어갔습니다.


지혜롭다고 이름난 유명 정치인, 시인, 장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무지를 지적하는데 당연하죠. 아무리 감정보다 사고에 기반한다는 T형 인간이라도 좀 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정치인을 찾아가서 그들의 무지를 지적한다면, 이렇게 한가로이 카페에서 책 보고 끄적이고 있을 수 있을까요? 델포이 신탁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매우 지혜로운 자일텐데, 왜 자꾸 이런 현명하지 않은 행보를 이어갔을까요?


책을 읽는 일곱째 날과 여덟째 날에 그 이유가 나옵니다. 신의 말씀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또 신에게 순종하여 세계를 누비며, 지혜로워 보이는 자라면 시민이나 이방인이나 구분하지 않고 질문했다고 말이죠. 물론 그 사람이 지혜롭지 않을 경우, 신의 예언을 옹호하기 위해, 그의 무지를 증명했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But
necessity laid upon me,
-the word of God, I thought,
ought to be considered first.



And so I go about the world,
obeident to the god


이렇게나 신에 대한 믿음이 깊었던 사람이었나요? 그의 말이 기록된 글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기원전 399년이라면 이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그는, 철학의 토대를 세웠다는 그 라면, 신에게 판단을 기댔을 것 같지 않거든요. 뭐 이건 제 인식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해 봅니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 그리고 소크라테스. 이 가운데 예수는 가톨릭기독교, 석가모니는 불교, 공자는 유교의 주요 성인으로 모셔지잖아요. 소크라테스만 딱히 종교 지도자라고 하기 어려운 것도 특이하네요. 철학도 종교의 하나였나요?


함께 읽는 톡방의 누군가가 소크라테스가 "철학은 죽음을 준비하는 연습이다"라고 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은 플라톤이 기록하여 소크라테스의 말을 전하는 '복음서'라는 시각을 언급해 줬어요. 정말 대부분의 성인들이 그러합니다. 그들은 그저 말하고 행했고, 주변에서 그것을 기록했네요. 그가 4대 성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면, 종교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죽음에 대처하는 방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가 필멸의 나약한 존재라는 인식과 구원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종교에 빠지기 어렵죠. 잘 나가는 젊은 미혼 사업가보다는 병상에 누운 중년의 엄마에게 종교가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앞서 소크라테스가 재판의 증인으로 신을 지목한 것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그의 독실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정말 올림푸스의 신들을 그토록 신실하게 따른 것일까요??


그가 말하는 신은 어떤 신일까요??? (이게 궁금해서 번역본 후루룩 끝까지 봤습니다만,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써가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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