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성장

이유식

by 도담

기대가 컸다.

너에게 매일 뭘 만들어줄까,

넌 어떤 걸 좋아할까.

나 혼자 설레며 유명한 책도

함께 구입해서 메뉴판을 짰다.


주위에선 다들 힘들다고 사 먹여도 되니

큐브와 시판을 이용해 보라고 권했지만

호기롭게 달력과 스티커까지 샀다.

신나게 냉장고에 6월, 7월 칸을

예쁜 스티커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형광펜도 꺼냈다.

“오늘은 쌀가루 30g / 내일은 당근 / 주말엔 감자”

계획을 야무지게 적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 시간을 들여 만든 첫 쌀가루 이유식.

너는 입을 꾹 닫았다.

사실 내가 먹어봐도 맛이 없었다.

처음이라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기를 넣었을 땐 더 심했다.

비린내에 내가 먼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잘 못된 거 같은 느낌

수제도, 시판도 모두 실패.

냉장고 달력은 계획만 빼곡하고

예쁜 스티커만 붙여진 채 멈춰있었다.


그러다 친한 동생이 제주도에서 단호박이

왔다고 건네준 부드러운 단호박 이유식을

너는 처음으로 춉춉 잘 먹었다.

그날, 나도 처음으로 웃었다.


그 뒤로 단호박, 고구마, 복숭아, 배…

하나씩 성공 메뉴가 늘어갔다.


그리고 결국 구입한 초퍼.

30초 만에 완성되는 단호박 이유식.

역시 육아도 ‘템빨’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자란 걸까.

엄마가 더 열심히, 맛있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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