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기대가 컸다.
너에게 매일 뭘 만들어줄까,
넌 어떤 걸 좋아할까.
나 혼자 설레며 유명한 책도
함께 구입해서 메뉴판을 짰다.
주위에선 다들 힘들다고 사 먹여도 되니
큐브와 시판을 이용해 보라고 권했지만
호기롭게 달력과 스티커까지 샀다.
신나게 냉장고에 6월, 7월 칸을
예쁜 스티커와 함께
정말 오랜만에 형광펜도 꺼냈다.
“오늘은 쌀가루 30g / 내일은 당근 / 주말엔 감자”
계획을 야무지게 적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 시간을 들여 만든 첫 쌀가루 이유식.
너는 입을 꾹 닫았다.
사실 내가 먹어봐도 맛이 없었다.
처음이라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기를 넣었을 땐 더 심했다.
비린내에 내가 먼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잘 못된 거 같은 느낌
수제도, 시판도 모두 실패.
냉장고 달력은 계획만 빼곡하고
예쁜 스티커만 붙여진 채 멈춰있었다.
그러다 친한 동생이 제주도에서 단호박이
왔다고 건네준 부드러운 단호박 이유식을
너는 처음으로 춉춉 잘 먹었다.
그날, 나도 처음으로 웃었다.
그 뒤로 단호박, 고구마, 복숭아, 배…
하나씩 성공 메뉴가 늘어갔다.
그리고 결국 구입한 초퍼.
30초 만에 완성되는 단호박 이유식.
역시 육아도 ‘템빨’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자란 걸까.
엄마가 더 열심히, 맛있게 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