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너를 낳는 순간부터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언젠가 우리가 곁에 없을 때,
이 세상에 혼자 남을 너를 떠올리면
가슴이 너무 아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같은 피가 섞인 누군가가
너의 곁에 있어 준다면,
즐겁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한 세상에서
너는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내가 지금보다 일곱 살,
아니 네 살만이라도 어렸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마흔이고,
네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곁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오롯이 나의 이기심으로
형제를 생각할 순 없었다.
아가야.
너에게 물어보고 싶다.
혼자인 지금이 좋은지,
아니면 형제가 있으면 더 좋겠는지.
하지만 언젠가 알게 될 거야.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어도,
너의 곁에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함께할 거라는 걸.
세상에 홀로 남는다 해도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란다.
엄마 아빠가 남긴 사랑은
너의 안에서, 그리고 너의 곁에서
계속 살아 숨 쉴 테니까.
아가야,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더 크게 바라는 건
너의 삶이 언제나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