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여행
9월의 어느 날,
너와 처음 버스를 탔다.
거창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입추가 지난 하늘은 파랗게 높았고
구름은 뭉게뭉게 예뻐서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아침부터 분유와 장난감,
까까와 온갖 짐들을 챙기고
빨래를 돌리고, 주방을 치우고,
머리를 후다닥 감고, 마스크팩까지 붙이고…
자는 너를 몰래 훔쳐보며
“아직 깨지 마” 속으로 빌었다.
딱 맞춰 일어나 준 너를 씻기고
부드러운 옷을 입히고
드디어 출발.
버스 창밖으로 두리번거리며
움마, 움마 외치는 너.
클락션 소리에 놀라
내 허리를 꼭 붙잡던 너.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사실 목적지는 병원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열 정거장의 여행이었다.
사람들의 예쁘다는 눈길도 받으며
진료 전 우유도 먹고
작은 카페에서 까까도 나눠 먹고,
커피와 물도 마셨다.
선풍기 충전기를 깜빡한 건
엄마의 작은 실수였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네가 걸어 다니면 또 어떤 추억이 쌓일까.
아가야, 우리 다음 주엔
오늘보다 더 신나는 곳으로 떠나자.
엄마는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설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