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눈발이 흩날리던 한겨울,
너는 세상에 태어나 첫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태어난 지 9일째라
이벤트도, 사진도 없이
그저 포근히 우리 곁에서.
바람이 차가운 봄.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새싹의 계절이었지만
우리는 집 안에서만 그 봄을 맞았다.
감기라도 올까 두려워
이모와 함께 아파트 단지 벚꽃을
기모 카디건을 입고 잠깐 구경한 것이 전부였다.
겁 많고 초보인 엄마였으니까.
두 달 터울 친구들과 달리
너는 햇빛을 보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밖에서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집 앞 한 시간을 걷는 산책이 최선이었다.
무릎은 아프고
혼자 하는 육아는 지독히도 피곤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프던 다리도 나아지고
몸도 천천히 회복되는 걸 느꼈다.
그래서 너와 버스를 타고
수족관을 가고,
하루 종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도
이젠 예전처럼 지치지 않았다.
늦게야 깨달았다.
우리의 계절이 이렇게
유수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너를 품에 안고
세상을 보여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아쉬웠다.
아가야,
흘러가는 유수 같은 날들 속에서
우리 둘의 오늘을 오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