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시간

시간

by 도담

눈발이 흩날리던 한겨울,

너는 세상에 태어나 첫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태어난 지 9일째라

이벤트도, 사진도 없이

그저 포근히 우리 곁에서.


바람이 차가운 봄.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새싹의 계절이었지만

우리는 집 안에서만 그 봄을 맞았다.

감기라도 올까 두려워

이모와 함께 아파트 단지 벚꽃을

기모 카디건을 입고 잠깐 구경한 것이 전부였다.

겁 많고 초보인 엄마였으니까.


두 달 터울 친구들과 달리

너는 햇빛을 보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밖에서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집 앞 한 시간을 걷는 산책이 최선이었다.

무릎은 아프고

혼자 하는 육아는 지독히도 피곤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프던 다리도 나아지고

몸도 천천히 회복되는 걸 느꼈다.

그래서 너와 버스를 타고

수족관을 가고,

하루 종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도

이젠 예전처럼 지치지 않았다.


늦게야 깨달았다.

우리의 계절이 이렇게

유수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너를 품에 안고

세상을 보여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아쉬웠다.


아가야,

흘러가는 유수 같은 날들 속에서

우리 둘의 오늘을 오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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